시흥캠퍼스 사태 해결의 분기점이 되리라는 기대 속에 6개월 만에 열린 이번 전체학생총회(총회)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총회는 지난해 10월 10일 총회에서 지적된 △음향 문제 △학생들의 의견 교환 기회 부족 △입구 수 부족 등을 개선하기 위해 무대 장비를 설치하고, 온라인 토론 플랫폼 ‘스탠스’를 도입했으며, 입구를 두 곳으로 분산시키는 시도를 했다. 그럼에도 진행 및 의결과정에서 많은 비판이 제기됐고 그중 일부는 학생사회의 향방에 중대한 문제가 되고 말았다. 이에 4·4 총회의 진행과정상 문제점을 『대학신문』이 짚어봤다.

◇총운위의 결정, 월권인가 현실인가=총회 당시 의안 3에 대한 표결은 순탄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득표 3위인 천막 농성 유지의 표수와 무효표의 합계가 득표 2위인 동맹휴업의 표수보다 많아 해당 투표는 총회 시행세칙에 따라 재투표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재투표를 위한 임시 비표로 사용될 예정이었던 리플렛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어 재투표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표결을 위한 출입통제도 길어져 퇴장하려는 수백 명의 행렬이 이어진 상태라 정족수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은 총운영위원회(총운위) 위원으로 구성된 의사조정위원회(의조위)를 소집했고, 의조위가 재투표 없이 총회를 폐회하고 행동방안은 다음날 총운위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대로 폐회하면 행정관 점거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지적되자 이에 대해서도 표결했으나 역시 부결돼 결국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조소과·11)이 폐회를 선언했다.

그러나 총회 회의운영 시행세칙에 따르면 의조위는 이처럼 폐회를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시행세칙 제16조 1항과 2항에 따르면 출석 회원 수가 정족수에 미달한 경우 의장이 의조위를 열어야 하고 의조위는 의장에게 폐회를 요청할 수 있지만, 출입통제 상황에서 재적 인원이 정족수를 넘는데도 의조위와 의장 직권으로 폐회를 결정할 수는 없다. 총회 당시 의조위에서 재투표에 찬성한 황운중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장(자유전공학부·14)은 “총운위 위원들은 총회 지속이 어려울 것 같다고 폐회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고 학생들이 마지막까지 남아 재투표에 참여하도록 설득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총운위가 시행세칙을 어기고 폐회를 결정하자 일부 대표자들이 독단적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크게 일었다. 사범대 15학번 A씨는 “상위 기구인 학생총회가 열려 있는 앞에서 하위 기구인 총운위끼리 논의를 진행해 의결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제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 최남주 씨(인류학과·15)는 “총운위 위원들이 독단적 결정으로 학우들의 민주적 결정권을 박탈했다”며 위원들이 학생들에게 사과할 것과 총회 결과를 책임지고 이에 대한 집행 의지를 밝힐 것을 요구하는 안을 발의했다. 이 안에 256명의 학생들이 연서명했으며 5일 제22차 총운위에 안건이 제출됐다.

더불어 총운위의 논의 과정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A씨는 “의조위가 재투표 여부를 결정하는 동안 학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추위에 떨며 기다려야만 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은 “학우들에게 상황을 정확히 알리지 않고 권한 밖의 재투표 여부를 의결했으며 그 맥락 역시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은 의장인 나의 책임”이라며 사과문을 게시했다.

◇길어진 출입통제가 불러온 수백의 무효표=장시간 동안 이어진 총회 출입통제는 의안 3 표결 결과 237표에 달하는 무효표가 발생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총회에서는 재적 인원을 파악하기 위해 정해진 출입구 이외에는 출입이 금지되며 표결 중에는 재적 인원의 변동을 막기 위해 출구가 차단된다. 그런데 의안 2 표결 이후 퇴장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퇴장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채로 의안 3 표결에 돌입해 다시 출입이 통제되는 일이 발생했다. 퇴장 행렬이 길어지자 줄에 선 사람들이 투표하지 않거나 무단으로 퇴장해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의 표가 모두 무효표로 산정됐다.

뿐만 아니라 표결이 무효가 돼 의조위가 방안을 논의하는 동안 구체적인 표결 결과가 발표되지 않고 출입 통제도 풀리지 않는 상황이 장시간 지속됐다. 이에 퇴장을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던 사람들은 총회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다며 비판했다. 권용석 씨(경제학부·15)는 “2안 표결 이후 바로 퇴장하려고 했는데 출입통제를 당해 폐회까지 2시간 정도는 기다렸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장시간 대기 중이던 학생들이 출입 관리 스태프에게 언성을 높이는 일도 발생했다. 신상훈 중앙집행위원장(식물생산과학부·15)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던 집행위원들이 고성은 기본이고 욕설까지 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의안 표결,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도 있어=총회의 진행 과정에서 의안이 편향적으로 설정됐다는 비판도 있었다. 의안 1의 경우 찬성 입장에 유리하도록 논의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찬성 발언만 있고 반대 발언은 없어 의안 1의 논의가 찬성에 편파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회 진행 과정에서 의장인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이 “지지 발언은 두 명까지 사전에 신청을 받아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발언 신청자를 받았으나 반대 발언은 지원자가 없어 진행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한편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서는 찬성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공개 투표를 하는 것은 반대에 투표할 수 없게 만드는 비민주적 의사 진행이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조선해양공학과 김다민 학생회장(조선해양공학과·16)은 “자신의 표결에 책임을 지라는 의미에서 학생사회의 의결과정에서 모든 투표는 공개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시협약 철회 기조 유지 여부를 두고 찬반이 대립했던 의안 2의 경우 표결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윤규 씨(화학생물공학부·14)는 “의안 2에 찬성하는 일부 지지자들이 표결 중에도 확성기를 이용해 찬성 투표를 호소했다”며 “부총학생회장이 표결에 영향을 주는 발언은 자제해달라고 수차례 지적했으나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서는 “일부 개검표 위원이 표를 걷는 과정에서 찬성에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덧붙여 행동방안을 결정하는 의안 3의 경우 세 가지 선택지의 방향이 극단적으로 달라 하나를 골라 투표하기 힘들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류현서 씨(경제학부·16)는 “행동 방안 중 행정관 점거는 너무 과격한 반면 천막 농성과 동맹 휴업은 효과가 없을 것 같아 선택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스탠스’ 접속 지연, 토론도 입장도 중지돼=이번 총회에는 자신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토론 플랫폼인 ‘스탠스’가 도입됐으나 정작 총회 중에는 사용자가 크게 몰려 간헐적으로 접속이 중단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런데 스탠스 서버를 통해 인원을 집계해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상황에서 집행위원들도 스탠스에 접속이 불가능해지면서 인원 집계가 중단됐고 총회 입장에도 문제가 생겼다.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은 “스탠스에 접속자가 몰려 서버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으니 접속을 잠시만 자제해달라”고 했으나 서버는 빠르게 정상화되지 못했다. 이에 집행위원들은 이전 10·10 총회에서처럼 엑셀 파일 공유를 통해 인원을 집계하는 방식으로 바꿨으나 그 사이에 입장이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다.

4일 총회 도중 행정관(60동) 1층에서 교직원들이 행정관을 지키고 있다.

사진: 정유진 기자 tukatuka13@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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