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토)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문제를 둘러싸고 본부와 학생 간 충돌이 거듭되면서 점거 농성 학생 전원이 행정관(60동)에서 퇴거했다. 이로써 153일째 이어오던 실시협약 철회를 위한 본부점거농성은 막을 내렸다. 본부와 학생 간의 첫 충돌은 11일 아침, 본부가 학생들이 점거 중인 행정관에 무력 진입을 시도하면서 발생했다. 행정관 내부로 진입하려는 직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학생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4층에 남아있던 학생 10여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행정관 밖으로 끌어내려졌다.

이어 오후 3시 반 경 학생들이 본부에 재진입을 시도하면서 다시금 격렬한 사태가 반복됐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본부 측과 학생 측의 대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학생대표들은 이준호 학생처장(생명과학부)을 만나 4층에 고립된 학생들을 다른 학생들과 교대하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1회에 한해 인원 교대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오면서 학생들은 전원 행정관 퇴거 결정을 내렸다. 퇴거 결정 후 행정관 밖으로 나온 학생들은 본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의 투쟁 결의를 다졌다.

11일 오전 6시 경 행정관 앞에는 학생처장, 기획처장 등 여러 보직 교수들과 본부의 출근 지침을 받은 200여 명의 본부 직원들이 모였다. 이준호 학생처장은 출입문을 굳게 막은 학생들에게 “대학 행정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행정부서의 재입주를 진행해야 한다”며 “4층은 학생들과의 협의 없이 강제로 진입하지 않겠다”고 행정부서 이사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점거 농성 학생들과 직원들 간의 대치 국면이 계속되면서 본부는 행정관 앞, 뒤로 사다리차를 설치해 4, 5층 진입을 시도했다. 사다리차가 3~5층 사이를 오르내리며 학생들의 인력을 분산하는 동안 직원들이 1층에서 출입문을 개방했다. 학생들이 1층 직원들과 대치 중인 사이 사다리차를 통해 옥상으로 올라온 직원들이 행정관 내부에 진입하면서 4층을 제외한 행정관 모든 층에 직원 100여 명이 들어왔다.

행정관 내부로 본부 직원들이 대거 출입하면서 점거 농성 중이던 대부분의 학생들이 행정관 밖으로 쫓겨났다. 직원 및 청원경찰들은 1층 출입문과 옥상을 통해 행정관 내부로 진입했으며 여럿이 학생 한 명씩을 맡아 학생들을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바닥에 깔린 한 학생이 혼절해 응급 이송됐으며 여러 학생들이 부상을 호소했다.

행정관 밖으로 끌려나온 학생들은 본부의 무력 진입에 항의하는 발언을 이어가며 행정관 앞에서 연좌농성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실시협약 철회하라” “본부침탈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본부에 항의했다. 본부점거본부 손범준 기획팀장(수리과학부·14)은 “실시협약 체결에 정당하게 항의하는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끌어냈다”며 “폭력적인 본부침탈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발언했다. 학생들은 이어 낮 12시부터 ‘점거농성 폭력침탈 규탄집회’를 열어 본부의 폭력적인 행정관 진입을 비판했다.

집회가 종료된 후 학생들은 행정관 1층 옆 학사과 문을 통해 행정관 재진입을 시도했다. 학생들은 펜치와 소화기로 학사과와 본부 1층 사이의 문을 일부 개방했다. 학생들이 부서진 문 사이로 뿌린 소화기 분말이 행정관 쪽으로 퍼졌고 이에 직원들은 소화전으로 학생들에게 물을 분사하며 맞대응해 상황은 매우 격렬해졌다.

한편 행정관 4층을 학생공간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본부가 약속을 어기고 4층 출입을 통제해 학생들의 공분을 샀다. 본부는 “4층에 남아있는 학생들의 출입은 자유롭게 하되 다른 학생들과 교대하거나 12명 외 다른 인원이 보충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학생들의 진입을 거부했다. 이에 윤민정 본부점거본부장(정치외교학과·15)을 비롯한 학생대표들이 이준호 학생처장을 만나 “4층에 고립된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과 교대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4층에 남아있는 학생들에 대해 영구적으로 1회에 한해 교대 가능하다는 본부의 답변이 돌아오면서 학생들은 전원 행정관 퇴거 결정을 내렸다.

퇴거 결정 직후 행정관 밖으로 나온 학생들은 본부의 폭력적 침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1층에서 직원들과 대치하던 학생들과 4층에 고립됐던 12명의 학생들은 차례로 본부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며 향후 투쟁 결의를 다졌다.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조소과·11)은 “행정관에 재진입을 시도했을 때 직원들이 학생들을 향해 물을 살포했다”며 “대학이라는 교육 공간 안에서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대학본부와 직원들을 비판했다. 인문대 반연석회의 박상현 공동의장(인문계열·15)은 “학생들의 투쟁은 대학과 교육의 소중함에서 말미암은 것”이라며 “시흥캠퍼스에는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육철학과 재정계획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지금은 불법점거로 매도당해 쫓겨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 3, 4월 함께 투쟁해나가자”고 말하며 학생들에게 향후 실시협약 철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촉구했다.

사진: 강승우 기자 kangsw040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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