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9일) 본부와 대학노조 서울대지부가 비학생조교 고용안정 문제를 두고 합의해 최종합의안 조인식(調印式)을 가진다. 비학생조교들은 고용안정 문제를 두고 본부와 네 차례의 조정을 거쳤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지난 15일 파업에 돌입했다. 24일 비학생조교들은 성낙인 총장과의 대담에서 조정위원들이 제시한 사후조정안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성 총장은 내부 협의를 거친 뒤 26일 아침에 비학생조교 대표와 면담을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26일 면담 끝에 본부와 대학노조는 오늘 최종합의안에 조인하기로 결정했다.

비학생조교의 고용안정 문제는 비학생조교를 기간제법의 적용 대상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본부와 비학생조교의 견해 차이에서 시작됐다. 비학생조교들은 지난해 4월 대학노조에 가입해 “본부는 기간제법을 지켜 비학생조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는 움직임을 시작했고, 지난해 12월 본부가 비학생조교 전원의 정년보장을 약속하며 고용안정 문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본부가 비학생조교들의 고용 형태를 현행 총장 발령에서 기관장 발령으로 전환하고 기존 임금의 25% 삭감을 요구하며 논란은 재점화됐다.

여섯 번에 걸친 본교섭 끝에 지난달 12일 비학생조교들은 △고용 형태와 사학연금을 유지하되 임금을 삭감하는 1안 △기관장 발령으로 고용형태를 전환하되 사학연금과 임금을 유지하는 2안의 두 가지 최종요구안을 제출했으나 본부는 답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비학생조교들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네 차례의 조정을 진행했다. 그러나 비학생조교들은 법인직 8급의 95%(현재 임금의 15~27% 삭감), 본부는 8급의 85%(현재 임금의 25~44% 삭감)를 확고한 기준으로 제시함에 따라 조정은 진전되지 못했다. 양측이 최종 조정에서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비학생조교는 총파업에 돌입했다. 최종 조정이 결렬된 이후에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비학생조교들의 임금을 8급 법인직의 90%로 삭감하는 사후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본부는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학신문』 2017년 5월 22일자)

23일 오후 7시 비학생조교들은 행정관(60동) 앞 잔디에서 파업문화제를 열어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한편 여러 사회단체가 참석해 비학생조교들의 파업을 지지했다. 파업문화제에서는 몸짓패, 노래패의 공연과 연대 발언이 번갈아 진행됐다. 공대 홍진우 학생회장(화학생물공학부·14)은 “비학생조교의 고용안정은 서울대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흐름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교수노조 배태섭 대외협력국장은 “현재 8천 명에 가까운 서울대 교직원 중 4천 명 이상이 비정규직이며 이들이 학내 의사결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우리는 노동자로서 인정받는 데 그치지 않고 구성원으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싸워나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한편 파업문화제를 앞두고 이에 필요한 전기 공급이 중단돼 비학생조교들이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홍성민 지부장은 “캠퍼스관리과에 잔디밭 사용 공문을 보내면 캠퍼스관리과에서 시설지원과에 전기 사용 협조공문을 보내야 한다”면서 “캠퍼스관리과와 시설지원과가 협조하지 않아 제때 전기 사용을 허가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캠퍼스관리과는 이에 대해 “잔디 사용에 대한 공문을 접수한 건 맞지만 전기 이용은 캠퍼스관리과에서 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비학생조교들은 몇 시간 동안 행정관 앞에서 농성을 벌인 끝에 전기 사용을 허가 받고 파업 문화제를 진행했다.

같은 날, 해고된 비학생조교들에게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라는 독촉 공문이 발송돼 논란이 일었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39조는 퇴직, 해고 등에 따라 직장가입자의 사용(使用) 관계가 끝난 경우에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를 다시 산정해 사용자와 근로자가 정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대학노조는 “본부가 지금까지 우리를 해고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해왔으면서 한편으로는 우리를 해고자 취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24일 파업 중인 비학생조교들은 장학복지과로 통하는 행정관 우측 출입문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그런데 농성 도중 우정글로벌사회공헌센터(153동)에 있던 일부 비학생조교들이 주차장에서 나오는 총장 차량을 막아섰고, 다른 비학생조교들도 이에 합류하며 총장과의 대화를 요청했다. 이날 성 총장은 건강보험료 납부 독촉 공문에 대해 “비학생조교들이 잠시 법적으로 해고자 신분이 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파업 사태가 마무리되면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성 총장은 “비학생조교들이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 조교 신분이라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았던 것”이라며 “무기계약직으로서 정년 보장을 하게 되면 다른 무기계약직 직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임금을 맞춰야 한다”고 본부의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에 한 비학생조교가 “서울대의 기존 무기계약직의 임금 수준도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국정감사에서 수차례 지적받은 바 있다”고 비판하자 성 총장은 “나도 직원들이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으로 나뉘는 것 자체가 모순인 것을 알고 있지만 다른 대학들이나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해온 것”이라고 답했다.

대담 중에 비학생조교들이 성 총장에게 사후조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자 성 총장은 내부 협의 후 노조 대표와 면담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비학생조교들은 “우리가 이미 법인직 8급의 95%까지 임금을 삭감하는 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이에 더해 법인직 8급의 90%를 제시한 사후조정안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으나 본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성 총장은 “당장 시급한 사안인 비학생조교들의 고용불안정 문제에 대해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비학생조교들은 정확한 기한을 정해달라고 거듭 요구했고 성 총장은 26일 오전 9시 반에 비학생조교 대표와 만나겠다고 약속한 뒤 자리를 떠났다.

26일, 성 총장과 비학생조교 대표가 만나 최종합의안에 대해 논의했고 양측은 잠정적으로 최종합의안에 동의했다. 이날 오후 실무자 간의 협의를 거쳐 세부사항을 조율했으며 오늘 2시 최종합의안에 조인하기로 했다. 임금 수준과 고용 조건 등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오늘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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