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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회 대학문학상 희곡·시나리오 부문 우수작

기사승인 2017.12.03  05: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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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오종민(서어서문학과·13)

S#0.

째깍째깍 시계소리와 함께 여성의 뒷모습이 보인다.
화장을 마친 여성은 거울을 잠시 본 뒤, 화장품의 덮개를 탁- 닫는다.

검은 화면. 영화의 제목이 표시된다.
[팩 트]

제목이 사라지고, 다음 글귀가 표시된다.
진실은 죽어가는 사람의 입술 위에 앉아 있는 것이다. ㅡ 매튜 아놀드

글귀가 사라지고, 첫 번째 단편의 제목이 표시된다.
[미미의 딱딱한 침대로 가는 길]


S#1. 무대 전체.

세 개의 벽으로 구성된 작은 연극 부대가 보인다.
왼쪽 벽은 새하얗게 칠되어 있으며, 나머지 벽은 아무것도 칠해져 있지 않은 미미의 방이다. 미미의 방 한 가운데 있는 시계는 3시 5분 전을 가리키고 있다. 그 밑으로 선홍빛 꽃병이 올려진 서랍장 하나가 있으며, 서랍장의 오른쪽으로는 침대 하나가 놓여있다. 침대의 분홍색 이불 위로 수많은 꽃들이 흩뿌려져 있다.
왼쪽 벽에는 새하얀 조명이, 가운데 벽과 오른쪽 벽에는 노란 조명이 비추고 있다.


S#2. 왼쪽 벽.

하얀 왼쪽 벽 앞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미미)가, 하얀 백합을 손에 쥐고 서있다.
잔잔한 음악이 배경으로 깔린다. 미미는 백합을 가슴에 품고, 발레리나처럼 환하게 춤을 춘다. 춤을 추던 미미, 숨을 가쁘게 쉬며 무대 바닥에 주저앉는다.


S#3. 가운데 벽.

미미는 백합 향기를 듬뿍 들이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가운데로 이동한다. 백합을 잠시 서랍장 위에 놓고는, 선홍빛 꽃병을 가슴에 품는다. 꽃병을 이리저리 만지며 꽃병에 입을 맞춘다. 음악은 절정에 다다른다.
백합을 꽃병에 꽂으려는 순간, 남자(한스)가 무대 오른 편에서 등장한다.
한스는 미미의 뒤에서 그녀에게 다가간다. 미미가 눈치 채지 못한 사이, 한스의 입은 미미의 귓가에 와 있다. 한스의 속삭임이 소리 없이 자막으로 표시된다.

ㅡ 꽃 꺾는 소리는 들리지 않아.
ㅡ 특히 백합을 꺾는다면.

미미는 한스를 보고 화들짝 놀라 꽃병과 백합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음악이 멈추고, 붉은 조명이 가운데 벽을 비춘다.
미미는 침대 쪽으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다.


S#4. 오른쪽 벽.

미미가 침대에 주저앉는다. 미미의 볼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바닥에 떨어지는 미미의 눈물은 가운데 벽의 붉은 조명이 비친 핏빛이다.
한스가 바닥에 떨어진 꽃병을 발로 치우며 침대로 다가온다. 한스가 다시 한 번 속삭인다.

ㅡ 그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놀이가 있어.

한스가 침대 밑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 미미의 품에 안긴다. 상자를 본 미미는 놀란 표정이다.
한스는 주머니에서 송곳을 하나 꺼내어, 그 송곳을 상자에 찔러 넣는다.
괴로워하는 미미의 표정 위로 오른쪽 무대의 조명이 천천히 암전된다.
가운데 조명에서 새어나온 붉은 빛의 침대 위로, 미미가 쓰러진다.


S#5. 장소 동일.

침대 위에 흩뿌려져 있던 수많은 꽃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바닥에 앉아 흐느끼는 미미의 품에는 구멍이 뚫린 상자가 있다.
미미의 시선을 따라가면, 바닥에 나뒹구는 꽃병과 찢겨진 백합 꽃잎이 보인다.
암전.

검은 화면 속에 첫 번째 단편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온다.
크레딧이 지나가고, 두 번째 단편의 제목이 표시된다.
[인터뷰]


S#6. 대학교 신문사 건물 앞.

겨울이다. 한낮인데도,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어둑어둑한 날씨다.
대학교 신문사 건물로 향하는 하은.


S#7. 인터뷰실.

대학교 신문사의 인터뷰실. 깔끔한 옷차림의 지훈이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지훈이 읽고 있는 책의 표지가 유난히 빨갛다. <미미의 딱딱한 침대로 가는 길>이라는 검정 글씨의 제목이 보인다.
정적을 깨고 방문이 열린다. 하은이 문 앞에 서있다.

하은 안녕하세요? 저... 그 인터뷰...

지훈이 책을 덮어 자기 앞의 탁자에 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하은에게 다가간다.

지훈 아 예, 유하은 작가님이시죠? 들어오세요. (악수를 건네며) 안녕하세요, 저는 ㅇㅇ대학교 신문의 한지훈 기자입니다.
하은 네 안녕하세요.
지훈 이쪽으로 앉으세요.

하은이 자리에 앉는 동안, 지훈은 차를 준비하러 간다.

지훈 밖에 날씨가 너무 춥죠? 따뜻한 차 좀 드릴까요?
하은 네 감사합니다.
지훈 커피랑 녹차가 있는데, 어떤 게 좋으세요?
하은 음... 녹차가 좋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정적 속에 물 끓는 소리만 들린다.

지훈 유작가님께서는 학교를 얼마 만에 오신 거예요?
하은 제가 14년도 겨울에 졸업했으니까 딱 3년 만에 오는 거네요.
지훈 학교 오랜 만에 오셨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하은 음... 글쎄요... 사실 예전 학교가 어땠는지가 기억이 잘 안 나서...

커피포트의 물이 다 끓어 딸깍-소리가 난다. 지훈은 녹차티백이 담긴 종이컵에 물을 붓는다.


S#8. 장소 동일.

지훈이 녹차 두 잔을 들고 자리로 온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지훈은, 빨간 책을 들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지훈 책 잘 읽었습니다. 유작가님.
하은 네. 감사합니다.
지훈 작가님을 앞에 두고 좀 민망한 말씀이지만, 제가 사실 평소에는 소설을 잘 안 읽어요, 시간도 없고, 소설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그래서요. 그래서 이 책이 제가 꽤나 오랜만에 읽게 된 소설책인데,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하은 아 네 감사합니다.
지훈 (소설책을 들어보이며) 이 책도 제 돈 주고 직접 산 거에요.
하은 아, 감사드려요, 하하하

하은, 멋쩍게 웃는다.

지훈 저희 학교신문 이달의 인물로, 문학계에 떠오르는 샛별이신 유작가님을 모시게 되었는데요. 먼저 이렇게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은 뭐.. 제가 영광이죠.
지훈 이번에 발표하신 이 책이 등단하신 후의 첫 작품이신 거죠?
하은 네, 그렇죠.
지훈 작가님이 장편소설 출간하기에는 좀 빠른 나이 아닌가요?
하은 좀 빠른 편이긴 하죠.
지훈 진짜 대단하십니다.
하은 아니에요... 한참 부족하죠.

하은은 손에서 종이컵을 만지작거리고, 지훈은 탁자 위의 책을 집어 든다.

지훈 그러면, 이렇게 딱, 책이 제본되어 나온 거 보고서 굉장히 뿌듯하셨겠네요?
하은 아무래도 첫 작품이니까요.
지훈 이 책이, 이게 보면, 굉장히 빨갛잖아요. 저도 이번에 인터뷰 때문에 이 책을 사려고 서점에 갔는데, 눈에 바로 띄더라고요. 혹시 약간 마케팅을 염두에 두신 디자인인가요?
하은 (당황해하며) 예? 아... 네... 하하.
지훈 이런 책 표지 디자인 같은 것도 작가님이 직접 정하시는 거예요?

생각하는 하은

하은 음... 출판사에 디자인팀이 따로 있기는 한데, 이번에 이 책은 제가 디자인을 이렇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린 거려서 이렇게 나온...
지훈 진짜요? 전 살면서 이렇게 시뻘건 책은 처음 보거든요. 그래서 좀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요. 괜히 몰래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왜, 옛날에 좀... 그런 책을 빨간책이라고 하잖아요. 하하하.
하은 네?
지훈 제가 좀 쓸데없는 말을 했죠. 죄송합니다.

언짢은 기색의 하은. 지훈은 눈치를 살피며 괜히 책을 뒤적거린다.


S#9. 장소 동일

지훈이 책의 앞장을 펼쳐 본다. 맨 앞장에는 빈 종이에 “서희에게”라는 문구만 써있다.

지훈 서희에게... 작가님, 궁금한 게 있는데 하나 여쭤 봐도 될까요?
하은 네, 네.

지훈이 책을 들어, 하은에게 그 부분을 보여준다.

지훈 이런 거 있잖아요, 이런 건 왜 쓰시는 건가요?
하은 네?
지훈 왜, 책마다 이런 데 보면 ‘누구에게’라든가, 책 내용이랑 상관없어 보이는, 좀 뭐랄까, 번지르르해 보이는 그런 문장들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런 거 넣을 때 작가들이 어떤 생각으로 넣는 건지 항상 궁금했거든요. 사실 좀... 오글거리기도 하고요? 그래서 글 쓰시는 분들을 직접 만나면 꼭 한번 물어보고 싶었어요.
하은 그냥...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말 써넣는 거죠, 뭐. 별 뜻 없어요.
지훈 작품이란 게 결국 독자에게 읽히려고 쓰는 거 아닌가요? 근데 이렇게 자기만 알아 볼 말을 써넣으면 독자가 이해하지 못할텐데, 그런 건 일기장에 쓰면 될 껄 왜 책에 썼을까, 이런 생각인거죠. 저는 그런 글귀들을 볼 때마다 좀 허세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하은이 팔짱을 끼며 말한다.

하은 작가가 자기 책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 쓰는 게 이상한건가요?
지훈 그건 작가의 자유긴 한데, 그니까 제 말은 작가들이 책 앞에 이런 걸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멘트가 나오기까지의 그 사고과정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궁금하다는 거예요.

하은이 반응이 없자 지훈이 말을 이어간다.

지훈 그러니까, 그런 오글거리는 문장들을 책 앞에다 쓰는 작가들의 그 생각의 기저가 궁금하다는 거죠. 그냥 그렇게 시작하면 책이 멋있어 보일 것 같아서 그런 건지...
하은 아니요, 아니요. 말씀하신 그런 문장들도 보통 작가들이 다 무슨 의도가 있어서 그렇게 쓰는 거죠. 뭐 극히 개인적인 메시지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기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단순히 멋있어 보이려고 쓰는 건 아니에요.
지훈 아까 작가님께서 별 뜻 없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하은 아니 그건 그게 아니라...

하은이 한숨을 크게 쉰다.

지훈 그럼 혹시 여기 ‘서희’는 누군가요?
하은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제 친구요.
지훈 그니까, 그 친구 분을 저희는 모르잖아요. 그런데 그 이름을 앞에다 쓰시는 거는...
하은 (말을 자르며) 그냥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겠거니 하고 넘어가면 안 되나요? 그게 그렇게 큰 문제에요? 기자님 말대로 어차피 읽는 건 독잔데, 제가 하나하나 다 말해 드리는 게 무슨 소용이 있죠?
지훈 아니 작가님, 제가 지금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 그냥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지훈의 휴대폰이 울린다. 하은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는 지훈.
지훈이 전화를 받는 동안, 하은은 남은 녹차를 다 들이킨다.

지훈 여보세요? 어 빨리 와. 야, 근데 우리 그 기념품 어딨냐? 책상?

지훈이 전화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기념품을 찾으러 간다.
그 사이 하은은 빨간 소설책을 들어, 맨 첫 장을 펴 본다.

지훈 아 여기 있네. 알겠어~

전화를 끊은 지훈이 기념품을 들고 자리로 돌아와, 하은에게 건넨다.

지훈 저희가 이달의 인물 인터뷰 때 드리는 기념품입니다.

하은이 기념품을 받아든다.

하은 이달의 인물이었기에 망정이지, 올해의 인물이었으면 청문회를 하셨겠네요.

암전.

검은 화면 속에 두 번째 단편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온다.
크레딧이 지나가고, 세 번째 단편의 제목이 표시된다.
[그의 사정]


S#10. Bar.

한겨울 어느 밤의 조명이 어두운 바.더벅머리의 지훈과 그의 여자친구 채영이 긴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칵테일을 마시고 있다.
짠- 건배를 한 두 사람은 각자의 칵테일을 한 모금씩 마신다.

채영 자기.
지훈 응?
채영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지훈 오늘... 목요일?
채영 (토라진다) 치...
지훈 장난이야~ 오늘 우리 자기 만난 지 1년 되는 날이잖아. 사랑해~

지훈은 채영의 볼에 입을 맞춘다. 채영은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지훈을 바라본다.

채영 사랑해.
지훈 나 자기한테 줄 거 있어.

지훈은 옆에 있는 자신의 가방에서 예쁜 포장지에 쌓인 무언가를 꺼낸다.

채영 이게 뭐야?

채영이 포장을 뜯는다. <아무 시간>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제본한 책 한 권이 나온다.

지훈 자기가 저번에 이 세상에 시계가 없어지면 뭔가 재밌을 거 같다고 했잖아. 그래서 그걸 소재로 써 본 소설이야. 재밌겠지?
채영 그거... 내가 저번 주에 한 말이잖아?
지훈 그래서 이번 주 내내 이거만 썼어. 나 잘했어?

잠시의 정적 후, 채영이 말을 이어간다.

채영 아니... 자기 이번 주에 시험 두 개였잖아. 그래서 시험 때문에 밤 샌다고 먼저 집 들어간다고 하지 않았어?
지훈 그 때 밤 새가면서 이거 다 쓴 거지. 때로는 착한 거짓말도 필요한 법이니까요. 괜찮아, 나 학점 신경 안 쓴다니까. 난 우리 자기만 있으면 돼.

지훈이 채영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지훈 사랑해.

채영은 제본된 책을 내려다본다. 정적이 계속 되자, 지훈이 채영의 눈치를 살핀다.

지훈 왜 그래? 화났어?

지훈이 고개 숙인 채영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채영은 지훈을 바라본다.

채영 자기야.
지훈 응?
채영 일 년 동안 내 옆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안도하는 지훈.

채영 항상 사랑받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좋았어.

지훈은 채영을 안아준다. 잠시 뒤 채영이 입을 연다.

채영 그만... 만나자.

깜짝 놀란 지훈.

지훈 ... 어?
채영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지훈 지금... 장난치는 거지?

채영의 표정은 변화가 없다.

지훈 아니 이게 뭐야 갑자기... 아...

지훈이 채영의 손을 잡는다.

지훈 자기야, 왜이래? 나 뭐 잘못한 거 있어?

채영은 지훈의 손을 천천히 떼어내고, 그를 등지고 몸을 테이블 쪽으로 향한다.
테이블 위의 잔을 살며시 잡더니 술을 마신다.

채영 그냥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어.
지훈 아니 그니까 갑자기 왜 이러냐고.
채영 ...
지훈 무슨 일이냐고, 말을 좀 해봐!
채영 맨날 구질구질하게 굴어서 이젠 지겨워.

채영은 건조하게 자신의 잔을 바라본다.

지훈 뭐? 구질구질하다니, 너 어떻게 그런 말을...
채영 이거 봐. 또 이러잖아. 그렇게 이유가 궁금해? 그냥 니가 싫어졌어. 예전엔 콩깍지 씌어서 몰랐는데 이젠 너 만날 때마다 부담스럽고, 너무 힘들어.
지훈 그럼 내가 고칠게. 이전까지 니가 그런 얘기한 적 없잖아. 이젠 알았으니까 내가...
채영 제발... 제발 좀 가줘.

고개를 떨구는 지훈. 자신의 옷을 챙겨 입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지훈 연락할게.

지훈은 카운터로 향하고, 채영은 말없이 술을 마신다.

지훈 얼마에요?
Bar사장 삼만 칠천원. 따로 계산할 거야?
지훈 아니요, 같이 해주세요.

카드를 받아서 결제하는 Bar사장.

지훈 사장님. 저 테이블에 술 더 주지 마세요. 저 친구가 술을 잘 못 마셔서...

사장이 뒤돌아 테이블을 쳐다보면, 채영의 뒷모습이 보인다.

Bar사장 아 알지. 또 와~

카드를 받아든 지훈은 가게 문을 나선다.
지훈이 나가고, 채영이 테이블 위로 무너진다.


S#11. 카페

카페에 채영이 혼자 커피를 한 잔을 앞에 두고 앉아 있다.
급하게 들어오는 지훈. 부스스한 얼굴과 옷차림인데,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 있다.

지훈 저... 채영아?

채영이 고개를 돌린다.

지훈 잘 지냈어? 너무 갑작스러워서 급하게 오느라 꼴이 말이 아니다.

지훈이 멋쩍게 웃으며 채영의 앞에 앉는다.

지훈 벌써 시켰네? 내가 사려 했는데, 나 뭐 좀 시키고 올...
채영 (말을 자르며) 나 지금 병원 갔다 오는 길이야.
지훈 어? ... 무슨 병원?
채영 생리를 안 해서 병원에 가봤는데, 임신 4주차래.
지훈 ...
채영 왜 아무 말이 없어.
지훈 어?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되는데...
채영 어떻게 할까?

정적이 흐른다.

지훈 뭘... 어떻게 해?
채영 애기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또다시 정적.

지훈 애기라니? 처음부터 차근차근히 좀 얘기해봐. 이게 지금 다 무슨 상황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채영 뭘 자꾸 모르겠다는 거야. 너 그 날 만나고 나서 내가 임신했다고.
지훈 아니 그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는 거잖아. 너랑 나 사이에 뭐 한 게 아무 것도 없는데, 임신은 무슨 말이고, 애기는 또 무슨 말이냐고.
채영 너... 지금 모른 척하는 거야?
지훈 뭐?

정적.

지훈 내가 뭘 모른 척을 해, 진짜 아니...

갑자기 채영의 울음이 터진다.

채영 나는... 나는... 너가 나 때문에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아서... 너 위해서 헤어지자고 한건데... 나도 얼마나 힘들었는데... 근데 어떻게 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지훈이 채영의 눈물을 닦아주려 하지만, 채영은 거칠게 뿌리친다.

채영 만지지마! 내가 너 같은 놈 좋아했었던 게 진짜 수치스럽다. 이건 내가 지우든 말든 알아서 할 테니까 다신 보지 말자. 쓰레기 같은 새끼...

채영이 일어나서 나가려고 하자, 지훈이 황급히 채영을 잡는다.

지훈 채영아, 지금 큰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채영이 손을 뿌리치며 거칠게 쏘아댄다.

채영 오해? 그 때 내가 만난 사람, 너밖에 없었어. 난 너랑 헤어지고 너무 괴로워서 한 달 동안 집 밖에도 못 나왔어! ... 다신 내 눈에 띄지 마.

채영이 자리를 떠나고, 지훈은 그 자리에 멍하게 서있다.


S#12. 상담실.

상담실 책상에 지훈이 앉아 있다. 이내 상담사가 서류를 들고 문을 닫으며 들어온다.

상담사 학생, 여기 인권센터는 처음 와보죠?
지훈 네...
상담사 우리 학교에 인권센터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지훈 ... 아니요.
상담사 다들 그러더라고. 사실 학교 다니면서 여기 안 오는 게 제일 좋긴 한데 뭐,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경찰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학생들 상담해주는 거니까, 그럼 시작할까요?

서류를 뒤적이다가 상담사가 질문을 시작한다.

상담사 지금 접수된 게, 한지훈씨가 이채영씨와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뭐 이런 건데...
지훈 네?
상담사 지난 1월 7일에 이채영씨랑 함께 술 드셨죠, 그죠?
지훈 아니 근데 그게...
상담사 네네, 잠시 만요. 그리고 그날 이채영씨한테 이별을 통보받았고요.

상담사가 지훈을 쳐다보지만 지훈은 말이 없다.

상담사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화가 난 한지훈씨는 술김에 이채영씨를 모텔로 끌고 가서 성관계를 맺으셨죠. 맞나요?
지훈 네? 아니요, 모텔...이라뇨? 전 모텔에 간 적이 없어요.
상담사 이채영씨가 그렇게 얘기하던데요.
지훈 채영이가요?
상담사 네. 이채영씨 어제 여기 방문하셔서 상담 받고 갔어요. 충격이 컸는지 한참을 울다가 겨우 말하고 갔거든요.

당황한 지훈.

상담사 아무래도 이게 가볍게 넘어갈 사건은 아닌 거 같고.., 저희 입장에서는 양쪽 이야기도 들어보고, 진상 파악도 해야 거기에 맞는 상담을 해드릴 수가 있어요.
지훈 근데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채영이를 좀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상담사 지금 이채영씨는 정신적으로 충격이 좀 큰 상태라, 한지훈씨를 만나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어서 그건 좀 제한될 것 같네요.
지훈 아니 그럼 제가... 암튼 전 진짜 채영이랑 아무 일 없었습니다.
상담사 이채영씨 말에 따르면, 1월 7일에 한지훈씨를 만났고, 그 후론 계속 집에 있었다는데, 그럼 누가 그랬을까요?
지훈 그거야... 제가 모르죠.
상담사 그리고 얼마 전에 이채영씨 만났죠?
지훈 ... 네.
상담사 그 때 이채영씨가 지훈씨한테 다 말했다는데, 그럼 그 땐 왜 부정하지 않았어요?
지훈 말했죠, 아니라고.
상담사 채영씨는 고심 끝에 지훈씨에게 말을 했는데, 화만 내는 지훈씨 모습에 절망하고 저흴 찾았다고 했어요.

머리를 잡아 뜯는 지훈.

상담사 지훈씨, 아까도 말했다시피 저희는 경찰이 아니라고요. 채영씨도 지훈씨 처벌 바랐으면 경찰서 가서 말했겠죠. 지금 여기서 지훈씨가 거짓말할 필요가 없어요.
지훈 아니, 계속 말씀드렸잖아요, 전 그런 적이 없다니까요.
상담사 이채영씨가 한지훈씨 만난 후로 아무도 안 만났다잖아요. 그럼 지금 이채영씨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거예요?
지훈 그 말이 아니잖아요.
상담사 뭐가 아니에요, 지금 두 사람 말이 안 맞잖아요.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우리. 지금 이채영씨는 강제로 관계를 맺고 임신까지 한 상황이에요, 그죠? 그런 사람이 갑자기 아무 잘못 없는 남한테 뒤집어씌우겠어요?

지훈이 얼굴을 감싼다.

상담사 지훈씨. 지금 이채영씨도 좋게 좋게 끝내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게 감정적으로 힘드니까 저흴 찾아온 거구요. 이렇게 시작부터 삐걱대면, 저희도 이걸 법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어요.

상담사는 서류를 톡톡 치며, 지훈을 응시한다. 지훈은 책상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S#13. 길거리. 밤.

술집에서 나오는 지훈. 잔뜩 취해 얼굴이 시뻘건 지훈이 벽에 기대선다.
친구가 따라 나오며, 담뱃불을 붙인다. 담배를 한 모금 빤 친구는 지훈의 어깨를 두드린다.

친구 에휴, 이게 다 뭔 일이냐.

친구가 담배 연기를 내뿜자, 손을 저으며 기침을 하는 지훈.

친구 아이고 미안하다.

친구가 지훈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진다. 지훈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친구 아니, 내가 널 모르는 것도 아니고... 니가 그럴 애가 아니란 거, 채영씨도 알 만 한데 왜 그러냐 진짜... 기운 내라. 너가 떳떳하니까 뭔 일 없을 거야.

약간의 정적 후에 지훈이 입을 연다.

지훈 난 상관없는데... 채영이가 또 힘들어할까봐...
친구 뭐?
지훈 분명히 오해가 있는 듯한데, 연락도 안 되고... 경찰에 넘어가면 내가 아닌 게 밝혀질 텐데 그럼 또 혼란스러워 할 거 아냐...

친구가 담배를 털어 끈다.

친구 (한숨 쉬며) 한심한 새끼...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가자.

두 친구가 길을 걷는데, 친구가 술집을 발견한다.

친구 여기 아니냐? 니 걔랑 술 마셨다는 데가.

지훈이 고개를 들어 쳐다보더니, 끄덕인다.

친구 여기서는 뭐래? 너 여기 사장님이랑 친하잖아.
지훈 ...
친구 뭐야, 안 물어봤어? 난 너가 당연히 여기부터 가봤을 줄 알았지. 들어가서 물어보자.뭐해? 안 들어가고.

망설이는 지훈의 등을 친구가 떠민다.


S#14. Bar.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안에서 사장이 나온다.

Bar사장 오랜만이네? 그동안 왜 이렇게 안 왔어.

친구와 지훈이 자리에 앉고, 사장이 따라온다.

Bar사장 뭘로 줄까?
친구 아 사장님 저희 술은 더 못 마실 것 같고, 얘가 물어볼 게 있다고 해서요.

친구가 지훈을 툭툭 친다. 머뭇거리던 지훈이 입을 뗀다.

지훈 사장님, 저 혹시 마지막으로 왔을 때 기억나세요?
Bar사장 음... 저번에 여친이랑 왔던 건 기억이 나는데.
지훈 네 그때요. 제가 계산하고 나가면서, 사장님께 술 더 주지 말라고...
Bar사장 아~ 그렇지. 그 때 그래서 내가 뒤에 알바한테 말해놓고 집에 갔지. 안 그래도 그 알바놈 지금 와서 옷 갈아입고 있어.

마침 옷을 갈아입은 알바가 나오고 있다.

Bar사장 저기 있네, 야! 일로 와봐.
알바 네?
Bar사장 너 내가 전에 어떤 여자분 술 더 드리지 말라고 하고 퇴근한 날 기억 나냐?
알바 아... 네. 기억나죠. 그날 좀 특이해서 기억나요.
지훈 그 날 별 일 없었나요?
알바 그 때... 그 여자 분이 술을 더 마시다가 테이블에 엎드려서 한참을 있길래, 어떡하지 하고 있었는데,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와서 데리고 나가셨죠.
지훈 네? 남자친구라고요?
Bar사장 뭔소리하는 거야 인마, 얘가 그 여자분 남자친군데.
알바 네? 이 분 아니었는데. 딴 사람이었어요.

친구와 지훈이 서로를 쳐다본다.

친구 뭐지?

정적 속에서, 머리를 굴리던 알바가 입을 뗀다.

알바 아... 어쩐지...
Bar사장 뭐야, 빨리 말해, 니 뭐 잘못한 거 있지.
알바 아니요, 그게 아니고요, 그 때 그 남자분이 여자분 것까지 같이 계산해 달라 그래서, ‘둘이 같이 먹은 게 아닌가?’ 하면서 이상해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또 여자분이 드신 게 계산이 돼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미 계산이 돼 있다고 말씀드리니까, 그 남자분이 되게 어색하게 얼버무리면서 계산하고 나갔었거든요. 그럼... 누구지 그 사람은?

머리를 감싸는 지훈. 친구는 한숨을 내쉰다.


S#15. 카페.

카페 안 테이블에 친구가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이내 지훈이 카페 안으로 들어온다.

친구 어, 왔냐?

손을 들어 인사하는 지훈. 말없이 친구 앞에 앉는다.

친구 넌 인마, 갑자기 왜 연락이 안 돼. 뭔 일 있는 줄 알았잖아. 일주일동안 뭐했어?
한지훈 뭐 그냥 집에 있었어.

머리를 긁적이는 지훈. 정적이 흐른다.

친구 너 그... 상담 거기는 갔다 왔냐?

끄덕이는 지훈.

친구 가서 뭔 얘기했어?
지훈 그냥 뭐 내가 한 게 아니었다고 얘기하고 왔지... Bar에서 확인한 거 다 말하고 왔어.
친구 끝이야?
지훈 그럼 뭐?
친구 아니 니가 고생한 게 있는데 그렇게 끝내면 안 되지. 걔는 끝까지 니 못 믿고 그 난리를 쳤는데.
지훈 됐어.
친구 되긴 뭐가 돼 이놈아. 그 알바가 그날일 기억 못했으면 너 그냥 강간범 되는 거야.
지훈 나도 첨엔 엄청 화났었는데 생각해보니, 좀 그렇더라고... 나야 운 좋게 사실을 알았지만, 걔는 술 먹고 기억 잃었을 때 일어난 일이잖아.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게 나니까, 내가 그랬을 거라는 생각 말고 딴 생각이 아예 안 들었겠지. 그 사이에 딴 놈이 와서 그딴 짓한 줄 어떻게 알겠어.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고 해야 하나.

친구가 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지훈 왜 그래?
친구 아니... 너 좀 딴 사람 같아서...

지훈이 옅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지훈 나도 가서 시키고 올게.
친구 어, 나도 담배 한 대 피고 와야겠다.

친구는 카페 문 밖으로 나가고, 지훈은 카운터로 향한다.

카페알바 어서오세요.
지훈 따뜻한 아메리카노 하나요.
카페알바 네, 옆에서 바로 준비해드릴게요.

커피를 기다리는 지훈. 그 때 갑자기 카페알바가 다시 지훈에게 말을 건다.

카페알바 손님, 이거 손님 물건 맞으시죠? 저번에 오셨을 때 두고 가신 것 같은데...

카페알바가 제본된 책을 하나 꺼내서 건넨다. 책에는 <너의 시간>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지훈은 멍하니 그 책을 바라보는 지훈.

카페알바 손님?
지훈 아니요, 제 꺼 아닌 거 같은데요.


S#16. 카페 앞.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지훈.

친구 왜 나왔냐?
지훈 나 담배 하나만 줘봐.
친구 어? 너 안 피잖아.

친구는 의아한 표정으로 담배를 건넨다.
담배를 어색하게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켜는 지훈.

암전.

검은 화면 속에 세 번째 단편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온다.
크레딧이 지나가고, 마지막 단편의 제목이 표시된다.
[팩트]


S#17. 인터뷰실.

창밖은 어둑어둑한 저녁이다. 학교 신문사의 인터뷰실에 앉아 있는 지훈과 하은.
하은은 화장을 고치고, 지훈은 수첩을 뒤적거리고 있다.
지훈의 뒤에서 사진기사가 사진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훈 뭐 이렇게 오래 걸려?
사진기사 예~ 거의 다 됐습니다.

하은은 화장품 가방을 뒤적거려 립스틱을 꺼내 입술에 바르기 시작한다.

사진기사 준비되셨어요? 찍을까요?

하은은 서둘러 립스틱을 화장품 가방에 대충 넣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포즈를 잡는다.

사진기사 자 찍을게요~ 하나~ 둘~

카메라의 플래시가 하은의 얼굴에 번쩍-한다. 순간 하은은 눈살을 찌푸린다.

사진기사 왜 플래시가 터지지? 죄송합니다. 다시 찍을게요~ 하나, 둘~ 됐습니다~

하은은 화장품을 정리하고, 사진기사가 장비를 챙겨서 나갈 준비를 한다.

지훈 야, 너 유작가님 몰라?
사진기사 유작가님이라뇨? 이름이 뭔데요? 유...?
지훈 이 분이 유하은 작가님이잖아.
사진기사 네? 진짜요? 와 진짜 팬이에요~
하은 아, 감사합니다.
지훈 책 한 권 읽어놓고 무슨 팬이래?
사진기사 맞아요. 사실 이번에 나온 거 한 권밖에 안 읽었어요. 주변에서 하도 대박이라 그래서 읽어봤는데, 진짜 재밌더라고요. 다음에 내시는 책도 꼭 챙겨 볼게요!
하은 아이고 감사합니다.
사진기사 사진 다시 찍어 드릴까요? 이쁘게 다시 찍어드릴게요.

지훈이 사진기사를 문 쪽으로 민다.

지훈 야, 주접떨지 말고 할 꺼 다 했으면 나가 있어.
사진기사 그럼 즐거운 인터뷰되세요~

사진기사가 방을 나간다.


S#18. 장소 동일.

지훈은 핸드폰의 녹음기를 켜서 탁자에 내려놓는다.

지훈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볼게요. 유작가님께서는 이렇게 책이 출간하자마자 주목받을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하은 글쎄요, 사실 제가 지금 그렇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지도 모르겠네요.
지훈 왜요, 저기 밖에 작가님 팬도 벌써 있으신데.

하은은 민망해하며 웃는다. 지훈이 <미미의 딱딱한 침대로 가는 길>을 집어 든다.

지훈 요즘 이 책이 여러 언론이나 문학계에서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더라고요.
하은 아, 그런가요?
지훈 네. 유작가님이 이전에 등단하실 때도 표현이나 장면 묘사 같은 것들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 작품이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고...
하은 갑자기 그렇게 칭찬을 해주시니까 적응이 안 되네요.

같이 웃는 하은과 지훈.

지훈 이번에 발표하신 <미미의 딱딱한 침대로 가는 길>은 어떤 책인가요? 직접 소개 좀 해주세요.
하은 아, 네. 이 책은요, 주인공인 미미가 겪는 성장통을 위로해주는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훈 그렇군요. 저도 이 책을 읽은 독자의 입장에서, 성장통을 위로해준다는 작가님의 표현이 굉장히 와 닿는데요. 안 그래도 이게 두 번째 질문이랑 연결되는 내용이에요. 저는 이 소설의 매력이 다른 성장소설들과는 두드러지는 차이점에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니까, 일반적인 성장소설들이 성장한 어른의 시각에서 쓰인다면, 유작가님의 작품은 성장 중인 사람의 서술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저는 그래서 이러한 점이 굉장히 독특했고, 또 이게 제 맘을 사로잡은 포인트이기도 했고요.
하은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지훈 저도 아까 저 친구처럼 작가님 책 중에 읽어 본 게 이거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이 한 권만 읽어도 작가님의 문학적 색채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은 작품이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은 제가 글을 쓴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제 색채가 있고 그러겠어요. 아무래도 이번 책은 자전적인 부분이 좀 있어서 그렇게 느끼시기에 수월하지 않으셨나, 싶어요.
지훈 네? 그럼... 이 내용들이 작가님 경험담이신건가요?


S#19. 모텔촌 거리.

학교 앞 모텔촌의 거리를 혼자 걷고 있는 하은의 뒷모습이 보인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던 하은이 무언가를 보고, 거리 한 가운데서 멈춰 선다.

NA.하은 그 날은 추운 겨울날이었어요. 학교 앞 길거리를 걸어가던 도중, 우연히 학교 선배를 만나게 되요.

학교 선배가 어떤 여자와 손잡고 모텔로 들어가고 있다.

NA.하은 그런데 그 선배 옆에 다른 여자가 있는 거예요.

둘의 모습을 바라보던 하은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하은 여보세요? 예 언니. 저 지금...

전화를 하는 하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 들리지 않는다. 대신에 그녀의 내래이션이 나온다.

NA.하은 얼마 가지 않아, 그 선배는 여자 친구와 헤어졌어요.


S#20. 술집.

술집에서 과 사람들 여러 명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과남자1 자, 자, 여러분! 한 학기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 같이 짠~

일어나서 수선을 떠는 한 남자가 건배를 주도하고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잔을 부딪힌다.
그런 분위기 속에 선배는 잔을 들지 않고 턱을 괴고서 잔뜩 인상을 쓰고 앉아 있다.
그의 옆 사람이 다른 손으로는 잔을 든 채로 그를 툭툭 치며 말한다.

과남자2 안 마시냐? (다른 친구를 쳐다보며) 야, 얘 왜 이러냐?

옆 사람은 다시 선배를 툭툭 친다.

과남자2 뭔 일 있냐? 야. 야!
선배 아 시발, 꺼져!

선배는 잔뜩 인상을 쓰고 테이블 끝을 쳐다본다.
테이블 끝에 앉아있던 하은이 일어난다. 선배는 그녀를 따라 자리를 일어난다.
선배는 화장실로 향하는 하은을 뒤에서 거칠게 붙잡고 멈춰 세운다.

선배 야 유하은.

하은은 놀라서 선배를 쳐다본다. 선배가 한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선배 야 시발 니가 말했지.
하은 네?
선배 니가 연주한테 내 얘기했지?
하은 무슨 말씀...
선배 내가 딴 여자랑 있었다는 거. 니가 연주한테 꼰질렀잖아.
하은 아니 저는..
선배 야 걔가 다 말했어. 어디서 모르는 척을 하고 지랄이야, 이 개 같은 년아.

하은이 말을 더듬는다.

선배 니 앞가림이나 잘해. 니 시발 그 잘난 오지랖 때문에 나 연주 그 년이랑 헤어졌잖아. 내가 헤어진 거, 니가 책임질 꺼야? (윽박지른다) 어??
하은 아니... 제가 무슨 책임을 져요.

그 때 닫혀있는 화장실의 문이 열리고, 사람이 나온다.

선배 무슨 책임?

선배가 거칠게 하은을 끌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하은이 비명을 지르지만, 이내 입을 틀어막는 소리가 들리고, 화장실 문이 쾅, 닫힌다.
암전.

NA.하은 쾅. 그 날은 추운 겨울날이었어요.


S#21. 인터뷰실.

하은은 탁자에 놓인 빨간 책을 응시하면서, 구겨진 종이컵을 멍하니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훈 충격적이네요... 유감입니다.
하은 이젠 괜찮아요.

하은이 빨간 책을 집어 든다.

하은 당시에는 견딜 수 없이 힘들었지만, 이 책을 쓰면서 많이 위로를 받았어요. 제가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글을 써왔는데, 제 작품에 제가 의지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애착이 있는 책이 독자 분들께도 인정을 받는다고 하니까, 요즘은 뿌듯한 생각도 들고 그래요.

지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의 종이컵 두 개를 집어 든다.

지훈 작가님, 마실 것 좀 더 드릴까요?

하은이 눈앞의 구겨진 종이컵을 보고 놀란다.

하은 아, 죄송해요! 내가 언제 이랬지... 마실 거는 괜찮아요.

지훈은 쓰레기를 버리며, 커피포트로 가서 물을 끓이기 시작한다.

지훈 작가님, 그리고 말 편하게 하세요. 제가 후밴데 너무 존댓말을 이렇게 해주셔서...
하은 아니에요. 이런 데서 무슨 선후배를 따져요, 괜찮아요.

정적. 지훈이 다시 말을 이어간다.

지훈 방금 말씀해주신 그 이야기가 그럼, 언제쯤 있었던 일인가요?
하은 제가 1학년 겨울 때 일인데, 그 다음에 휴학하고 그랬으니까... 한 7~8년 정도? 네, 그 정도 전이겠네요.
지훈 그럼 작가님께서는 7년 만에 위로를 받으신 거네요.
하은 그렇죠...

지훈은 자신의 녹차와 과자를 들고 자리로 돌아온다.

지훈 과자가 있었는데 제가 깜빡했네요, 과자라도 좀 드세요.
하은 감사합니다.

하은은 과자 하나를 집어 든다.


S#22. 장소 동일.

하은 제가 이번 작품이 미미에게, 그리고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고 했지만, 사실 굉장히 유치한... 복수극이라 해야 하나, 고발극이라 해야 하나... 뭐 그런 거에 불과할지도 몰라요. 당시 그 선배는 처벌은커녕,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었고, 또 하필 그런 모습을 저는 너무나 많이 목격하게 되었죠. 그 일이 있은 다음에 학교에서 선배가 다른 후배와 스킨십을 하고 있는 것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는 정말 미치는 줄 알았거든요.

지훈은 어느새 그녀의 말을 받아 적고 있다.

하은 저는 가해자가 속 편하게 있는데 피해자가 그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는 이 역설적인 상황이 너무 혐오스러웠어요... 이런 답답한 현실을 제 글 속에서 위로받고 싶었던 것이죠. 그니까, 제 세상을 만들어 내고, 그 세상에서 고통 받는 선배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좋았어요. 뭐 단순한 현실 도피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감정의 문제니까요.
지훈 궁금한 게 참 많은데요, 당시에 선배가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하은 음... 제 기억으론 그 때 그 일이 쉬쉬하고 넘어갔고... 그니까, 공론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배가 처벌을 받지 않고 넘어가게 되었던 것 같네요.
지훈 네? 작가님이 사건의 당사자시잖아요.
하은 그렇죠.
지훈 그럼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네요. 저는 무슨 외압 같은 게 있어서 그 일이 묻힌 줄 알았죠. 그러면 작가님이 당시에는 소심하셔서 현실에서는 말을 못했는데, 그 후회를 소설에다 분출하고 있으신 건가 봐요.
하은 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지훈 예. 아 충분히 이해합니다. 누구든지 막상 사건의 당사자가 되면 대부분 그런 소극적인 입장들을 취하니까요.

노트를 살펴보던 지훈이 다시 물어본다.

지훈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요, 그니까... 아까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 의아해 하던 부분이 있거든요. 먼저 제가 이해한 것은, 작가님이 선배가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것 때문에 그 선배가 작가님께 원한을 품고 있던 상황인데, 그 복수심에 작가님을 범했다. 이런 말씀이시잖아요? 근데... 음 이게 어떻게 이렇게 연결될 수 있는 것인가가 궁금한 거예요.
하은 네? 그냥 사실이 그래서 그렇게 말씀을 드렸는데... 어떤 걸 물어보시는 거죠?
지훈 그러니까 예를 들면, 그냥 길거리에서 어떤 남자가 처음 보는 여자를 강간한 상황이 있다고 쳐요. 이런 뉴스를 접했을 때, 사람들은 남자가 성욕을 주체 못하고 그런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받아들이지, 거기에 어떤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를 않는다고요. 그런데 작가님께서는 자신의 경험담에서 선배의 복수심을 강조를 하셨고, 더욱이 이러한 측면은 작가님께서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말씀하신 (빨간 책을 가리킨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잖아요. 한스의 복수심 말이에요.

언짢아하는 하은.

지훈 제가 작가님께 여쭤보고 싶은 걸 정리하자면요, 작가님이 이 복수심이라는 성격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그것만으로는 그 뒤에 벌어지는 일과의 연결이 뭔가 어색해 보인다는 거죠. 어떻게 복수심 자체가 강간으로 이어질 수 있죠? 단순한 폭행 사건도 아니고, 세상에 자길 엿 먹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을 강간하는 사람이 있을까... 게다가 그걸 결국 신고하지 못했다는 것까지 생각해보면 더 이해가 안 되는 포인트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복수심 말고 뭔가 또 다른 요인이 있었던 게 아니냐. 이런 질문입니다.

정적.

하은 제가 지금 너무 당황스러워서요. 일단 아까 말씀드렸듯이 제가 겪은 일이 실제로 그러한데, 저는 기자님이 무슨 의도로, 무슨 대답을 원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지훈 제가 지금 무슨 결론을 내리고 여쭤보는 게 아니에요, 작가님. 저는 그냥 그 선배가 복수심만으로...
하은 그리고 여기서 그 얘기가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고요. 저는 책 이야기를 하려고 온 거지, 제 얘기를 하러 온 게 아니에요.

지훈이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한다.

지훈 작가님, 이 얘기 제가 꺼냈습니까? 저 책에 작가님의 개인적인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는 말씀을 하신 것도 작가님이고요, 그 경험을 말씀해주신 것도 작가님이에요. 제가 뭐 먼저 여쭤본 것도 아니고요. 저는 그냥 제가 이해한 것이 오해가 있을까봐 그거에 대해 물어보는 것뿐인데,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시는 이유가 더 이해가 안 되는데요?
하은 아니 그러니까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요.
지훈 아까부터 계속 말씀드리잖아요, 그 선배가 작가님께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는지 그걸 좀 납득시켜 달라는...
하은 그만하시라고요!!

하은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지훈도 당황하여 그 자리에 멈춰있다.
정적이 흐르고 있을 때, 사진기사가 조심히 들어온다.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는 사진기사.
어느새 하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고,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지훈 이게 이렇게 서로 열을 낼 문제인가요?

하은은 지훈을 노려보다가 짐을 챙겨 방 밖으로 나간다. 문이 쾅, 닫힌다.

사진기사 이게 뭔 일이에요?
지훈 (한숨) 하...

사진기사가 테이블로 다가가 과자 봉지를 주섬주섬 뜯으며 말한다.

사진기사 사인 받으려고 했는데...


S#23. 상담실.

학교인권센터의 상담실에 지훈과 하은이 마주보고 앉아 있다.

지훈 오랜만이에요.
하은 네... 생각 좀 하느라,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네요.
지훈 다행이에요. 생각보다 고집이 세진 않으셨네요.
하은 너무 추웠거든요.
지훈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또 못 알아들을 텐데요.
하은 다 벗겨진 기분이었다는 거죠.
지훈 장난이에요. 알아들었습니다.

지훈이 멋쩍게 웃는다.

하은 그날 인터뷰실을 뛰쳐나오고 생각해봤는데, 한기자님 말씀이 틀린 게 없더라고요.

이야기를 듣던 지훈이 주위를 둘러본다.

지훈 여기 참 오랜만에 오네요. 그 땐 제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하은 역시 와보셨군요.
지훈 무슨 의미에요?
하은 아니에요. 그냥 저는 졸업할 때까지 이런 상담센터가 있는 걸 몰랐거든요.
지훈 상담은 잘하셨어요?
하은 네, 도움이 된 거 같아요. 병 주고, 약 주신 거 같지만, 그래도 감사해요.
지훈 여기가 피해자 측 이야기는 잘 들어주더라고요. 사실 그게 맞죠, 일 열심히 한다는 거니까.

정적.

하은 이야기 하나 들려줄까요?


S#24. 모텔촌 거리.

학교 앞 모텔촌 거리를 걷는 하은과 서희. 팔짱을 낀 둘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 때 둘 앞에 학교 선배가 어떤 여자와 손잡고 모텔 앞에 서성이고 있다.

하은 어? 저 앞에 저 사람 우리 과 선배 아니야?
서희 그러네? 근데 저 옆에 저 사람, 선배 여자 친구 아닌 거 같은데..?

서희가 멍하니 그 둘을 지켜보자, 하은이 그녀를 끌어당긴다.

하은 자기야. 우리도 괜히 여기 밖에 오래 있지 말고 얼른 들어가자.
서희 그래~

하은은 서희의 볼에 입을 맞추고, 둘은 같이 모텔로 들어간다.
멀리서 선배가 둘이 들어간 모텔 입구를 바라보고 있다.


S#25. 술집.

술집에서 과 사람들 여러 명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선배는 테이블 끝 쪽의 하은을 쳐다본다. 하은이 일어나자 선배는 그녀를 따라 일어난다.
선배는 화장실로 향하는 하은을 뒤에서 거칠게 붙잡고 멈춰 세운다.

선배 야 유하은.

하은은 놀라서 선배를 쳐다본다. 선배가 한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선배 야 시발 니가 말했지.
하은 ... 네?
선배 니가 연주한테 내 얘기했지?
하은 무슨 말씀...
선배 내가 딴 여자랑 있었다는 거. 니가 연주한테 말했잖아.
하은 아니 저는..
선배 연주 그 년이 다 말했어. 어디서 모르는 척을 할라고. 야, 시발 니는 니 앞가림이나 잘해. (하은의 귓가에 대고) 이 레즈 년아.

하은은 화들짝 놀라 말이 나오지 않는다.

선배 왜 또 모른 척할라고? 서희도 부를까?

하은은 울상이고, 선배는 하은의 볼을 만지며 말한다.

선배 눈치껏 잘 나와라. 이 옆 모텔에 있을 테니까. 지도 당당하지 않으면서 참견은 시발...

선배가 중얼거리며 술집 문을 나서고, 하은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다.


S#26. 상담실.

하은 이제는 제 이야기가 납득이 되시나요, 한기자님?
지훈 ... 그동안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하은 저도 처음엔 화가 났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좀 그렇더라고요... 한기자님 입장에서 납득이 안 가는 부분들도 다 결국 제가 계속 가리고 있어서 그랬던 거니까요.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 일인데, 그러면서도 그 한 발자국 못 움직이겠는 게 사람 마음이잖아요. 모르겠어요. 그 땐 그랬어요.

하은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지훈.

하은 왜 그러세요?
지훈 아니요... 좀 딴 사람 같아서...

하은이 자조적으로 웃으며, 창밖을 응시한다.

하은 이제 글 안 쓰려고요.
지훈 ... 죄송합니다.

하은이 지훈을 바라본다.

하은 한기자님은 참 수수께끼 같은 분이에요.

어색한 기운이 감돈다.

지훈 그럼 저 먼저 일어나볼게요.

지훈이 상담실의 문을 빠져나간다. 하은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그 때 갑자기 자신의 손 위 쪽으로 <미미의 딱딱한 침대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빨간 책이 들어온다. 고개를 들어보니, 지훈이 서있다.

지훈 사인 좀 해주세요.

하은이 책을 바라본다.

하은 어차피 이제 소장가치 없어질 텐데요?
지훈 작가님 유일한 팬의 부탁입니다.
하은 아.

책을 받아든 하은이 책에 사인을 한다.
그리고는 “서희에게” 밑에 “사진기사님께”라는 글귀를 남긴다.

지훈 그럼 가볼게요.

책을 돌려받고 돌아 나오는 지훈.


S#27. 학교인권센터 앞.

지훈은 상담센터 밖을 나오자마자, 담배를 입에 문다.
주변을 한 번 쭉 둘러보더니, 담배를 한 번 물끄러미 바라본다.
다시 한 모금 빨아들인 지훈은 담배를 든 채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다.

NA.지훈 그날은 추운 겨울날이었다.


암전.

검은 화면 속에 마지막 단편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온다.
fin.

대학신문 snupress@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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