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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이여,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기사승인 2017.12.03  04: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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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교수
행정학과

『대학신문』에서 글을 기고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수년을 미루다가 안식년을 앞두고 오래 묵혀 왔던 숙제를 끝내고자 펜을 들었다. 오늘의 주제는 취업과 결혼 두 가지다. 2004년 서울대학교에 부임했으니 관악캠퍼스에서 어언 14년의 시간이 흘렀다. 행정대학원 교수로 출발했기에 학부생들에 관심을 두고 그들의 고민에 공감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경력개발센터 소장을 맡으면서부터였다. 지금이나 그때나 취업은 서울대 학생들조차도 젊은 날 맞닥뜨리는 가장 큰 도전임이 틀림없는 듯하다. 신림동 고시생들의 인생 전환을 도와주기 위해 실태조사와 상담을 했던 기억,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더 넓은 해외로 나가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시작한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 ‘나는 세계를 달린다’와 ‘직업세계의 이해와 진로설계’ 과목 개설 등 학생들의 진로와 취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왔다. 그런데도 10년이 훌쩍 지난 현재도 학생들의 진로 고민과 취업 환경은 그다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인생엔 정답이 없기에 어떤 직업, 어떤 배우자를 선택하라고 조언하기는 어렵지만 둘 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임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먹고 살기 어려워서 연애, 결혼, 출산의 삼포세대를 자처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돈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한 것이 아니라, 열정적으로 일했더니 돈이 생겼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은 역설적이지만 희망적인 메시지다. 그래서 본인이 잘하는 일, 잘하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일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정받기 어렵고, 본인이 즐기는 것 또한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대학시절은 더없이 중요한 시간이다. 결혼 또한 마찬가지다. 80년대에 대학 기숙사를 만들면서 남학생 여학생 기숙사를 마주 보게 배치했다는 전설 같은 얘기가 있다. 오다가다 마주치면 정분 들어 결혼까지 이어질 거라는 원로 교수님들의 소망이 그냥 회자되는 우스갯소리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참으로 배려 깊은 건축학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은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것이고, 그 어떤 피조물도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자식보다 신비롭고 소중한 것은 없다. 그것이 바로 인류발전의 원동력이다.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누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는 문구가 한때는 서울대생의 가슴을 벅차게 만든 국가적 소명의식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우리 대학생은 어떠한가? 스스로의 불확실한 미래에 방황하며 안정된 진로를 찾기 위해 캠퍼스에서 5~6학년을 보내고 있다. 방황하는 이들에게 필자의 강의 마지막 시간에 단골로 소개하는 책, 피터 드러커의 『프로페셔널의 조건』 중 ‘인생을 바꾼 7가지 지적 경험’에 대한 장을 일독해보기를 권한다. 여유로운 집안에서 태어난 저자는 항상 전작(前作)에 대해 미완의 아쉬움을 갖고 더 나은 새로운 곡을 만들기 위해 도전한다는 여든 살 베르디의 글을 읽고 나서 방황의 대학생활을 마감했다고 한다. 프로페셔널로서의 직업의식과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를 공부하라는 드러크의 조언은 학생이나 교수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경제학자 슘페터를 인용한 마지막 조언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 바라는가”는 오늘날 우리 대학 사회에도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진정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는 책이나 이론이라면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것이 죽음을 목전에 둔 경제학자의 마지막 깨달음이었다. 본인이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로 평가되기보다 대여섯 명의 우수한 학생을 일류 경제학자로 키운 선생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그의 말은 진정 우리 사회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시대가 바뀌어도 서울대생은 여전히 국가 인적자산의 최고봉이며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동량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서울대에 대한 사회의 비판적 시각이 따가울 때도 있지만 서울대생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는 여전히 크고도 높다. 그러나 그 첫걸음은 단순하다.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업(業)에 대한 열정의 근원이 뭐냐고 물었더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단순한 동기가 많았다고 한다. 즉 직업적 성공은 사랑과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젊은 날 가슴이 뛸 때 정열적으로 사랑하고,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열정을 쏟아 붓는 것이 바로 그 시작이다.

대학신문 snupress@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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