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환 교수
미학과

예술에 대한 철학적 담론을 다루는 ‘미학’은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분야일 것이다. 학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미학을 연구해온 오종환 교수(미학과)지만, 그도 처음부터 미학에 대해 잘 알고 공부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 철학을 전공하려고 마음먹은 그에게 어느 날 친구가 ‘철학이랑 비슷한데 더 멋있는 것’이라며 미학을 소개해줬다. 오 교수는 “원서 접수를 앞두고 괜히 그 말에 ‘그래, 그거 좋다’고 생각했다”며 “그때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미학과에 들어갔다”고 말하며 웃었다.

덤덤하게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오종환 교수에게 미학의 길은 녹록지 않았다. 그가 학부를 다닐 당시까지만 해도 그의 스승들은 대부분 독일 등 유럽 대륙미학을 전공했다. 학부 때 배웠던 것과는 다른 관점으로 미학을 공부하고 싶어 오 교수는 미국 유학을 결심했지만, 영미유학 1세대로서 그가 영미미학에 대해 아는 것은 전무했다. 그는 “수업을 따라갈 수 없으니 도서관에서 밤낮으로 책을 보며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며 “3년 정도가 지나서야 언어도 트이고 제대로 전공을 공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오중환 교수는 한국에서 영미미학, 그리고 폭넓은 시선으로 미학을 바라보고자 함께 전공했던 철학의 형이상학을 가르치며 후학의 길을 넓혔다. 90년도부터 최근까지도 그는 미학의 오랜 문제로 꼽히는 ‘재현’(Representation)을 회화적 관점에서 연구하며 허구의 본질에 가까워지려 노력했다. 또한 오 교수는 ‘한국미학회’ 회장을 맡아 ‘2016년 세계미학자 대회’를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했다. 그는 “이전까지 외국에선 한국 미학이 어떤 것을 연구하는지 잘 알지도 못했고 관심을 두지도 않았다”며 “한국 미학의 학문적 수준을 알리고 한국 미학자들에게 자부심을 불어넣은 것이 뜻깊었다”고 이 대회를 자신이 이룬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교육자로서 오종환 교수는 학생들이 생각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당연하다고 여긴 것에 질문을 던지게 하는 사고를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 마치 철학에서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대해 ‘너는 대체 왜 행복해지고 싶으냐’고 묻는 것처럼, 그는 학생들이 예술에 대해 ‘무엇이 아름답다’는 감상평에 그치지 않고 ‘왜 아름다운가’와 같은 질문을 하길 바랐다. 오 교수가 맡은 교양 수업 ‘영상예술의 이해’를 비롯해 잡지 「월간 미술」과 인문대 뉴스레터에 기고한 칼럼들, 공저자로 집필에 참여한 『미학으로 읽는 현대예술』 『논리교실 필로지아』등은 모두 미학이 생소한 학생들에게 미학의 문턱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학생들이 질문 할 수 있는 능력을 내가 길러줬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오종환 교수는 강원도 인제로 내려가 그동안의 연구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서울에서 계속 살아온 그는 시끌벅적한 도시를 피해보려 산속에 작은 집을 지었다. 오 교수는 “앞으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입문자에게 미학을 소개하는 책 한 권, 연구 분야를 정리한 전공 책 한 권을 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미학을 공부하며 30여 년 이어져 온 그의 학문길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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