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공지] 2018학년도 제1학기 재학생 등록금 납부 안내’. 서울대 학생들은 매 학기 나오는 고지서에 따라 상당한 금액의 등록금을 별다른 의문 없이 내왔다. 그러나 이들이 내는 등록금이 어떤 항목을 근거로 어떤 과정을 거쳐 책정된 것인지, 납부된 후 어디에 무엇을 하는 데 쓰이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몇몇 단과대 및 학과에서는 뚜렷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은 채 등록금 납부가 차등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이번 총학생회와 사회대 학생회 선거에서 출마 공약으로 차등 등록금 문제 해결을 제시하기도 했다. 나아가 등록금 액수에 따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등록금 인하, 등록금의 합리적인 책정 등을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등록금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는 지금, 『대학신문』은 서울대 등록금의 책정 과정, 전반적인 쓰임새, 등록금 관련 학내외 목소리 등을 살펴보고 더 나은 등록금 제도를 만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서울대 등록금, 네가 궁금해

◇학생이 내는 등록금, 어떻게 확정될까?=서울대 등록금은 2012년부터 매년 초 열리는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거쳐 소폭 인하 또는 동결돼왔다. 등심위는 전적으로 본부가 주관하던 등록금 결정 과정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2011년 9월 개정된 ‘고등교육법’ 제11조에 따라 모든 대학은 매년 등록금 확정 전 반드시 등심위를 열고 그해의 등록금과 관련한 사항을 논의해야 한다.

등심위는 매년 본부 예산이 확정되기 전, 본부와 학생이 협의해 정한 일자에 개최된다. 본부 측 위원 3명과 학생 측 위원 3명, 본부와 학생 측에서 각각 추천한 위원 1명씩, 그리고 본부와 학생이 협의해 공동 추천한 협의 추천 위원 1명으로 구성되며 9명의 위원이 모두 정해져야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등심위의 심의 결과는 이후 재경위원회 심의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되지만, ‘학교의 설립자·경영자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고등교육법 제11조 3항에 따라 대부분의 경우 등심위에서 심의한 안건이 변경 없이 통과된다.

등심위 제도가 도입된 이후, 등심위 개최가 무산된 2011년을 제외하고는 지난 6년간 꾸준히 인하됐던 등록금은 올해 처음으로 동결됐다. 올해도 학생 측은 등록금 인하를, 본부는 등록금 인상을 주장했지만 회의 끝에 이들은 만장일치로 등록금 동결에 합의했다. 학생 측은 주요 국·공립대와 비교했을 때 등록금이 비싸 학생들의 교육비 부담이 크다는 점을 등록금 인하의 근거로 제시한다. 신재용 총학생회장(체육교육과·13)은 지난 1월 9일 제1차 등심위 이후 진행한 ‘등심위의 민주적 운영 및 등록금 인상 반대와 차등 등록금 근거 투명공개를 위한 기자회견’(등심위 기자회견)에서 “국고 출연금이 다소 큰 폭으로 삭감되긴 했으나 대학 운영 및 시설물 관리 등으로 발생하는 교육 부대 수입과 막대한 규모의 이월금으로 부족액을 충당할 수 있다”며 “본부의 등록금 1.8% 인상 요구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아울러 학생들은 등록금을 인하해도 더 많은 전입금을 본부 회계로 돌려 등록금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예산’은 좁게는 서울대 법인회계만을 가리키지만 넓게는 서울대 법인회계에 산학협력단 회계와 발전기금 회계를 더한 개념을 말한다. 본부는 산학협력단 회계와 발전기금 회계에서 지원금을 끌어와 법인회계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사용할 수 있으며, 이 금액을 전입금이라고 한다. 서울대 법인회계에서 타 회계 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을 기준으로 2.2%다.

학생 측과 반대로 본부는 학교를 운영할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매해 등록금 인상을 주장해왔다. 본부는 법인화 이후 잇따른 국고출연금 감소와 정부 시책에 따른 등록금 인하, 학부 입학금 폐지 등으로 재원이 줄었다고 말한다. 정봉문 재정전략실장은 “지난 5년간 물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을 인하했다”며 “정부에 지원금 확대를 마냥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돈을 쓸 곳은 많은데 재원이 부족해 곤란하다”고 밝혔다.

덧붙여 정봉문 재정전략실장은 학생 측이 제기하는 이월금 활용 요구와 발전기금 전입금의 확대 가능성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이월금은 학교의 재정 상황이 안 좋을 때를 대비해 축적해 놓는 것”이라며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이월금은 사용하지 않고 남겨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발전기금의 주 수입은 기부금과 자산 운용 수입인데, 대부분 기부자가 특정 목적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기부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발전기금의 규모가 커 보일지라도 본부 재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기금의 규모는 작다”고 해명했다. 그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활용해 얻는 자산 운용 수입의 경우 법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자산에만 투자할 수 있게 돼 있어 이자 수익이 적다”며 발전기금으로부터 끌어올 수 있는 금액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등록금, 어디에 어떻게 사용될까?=본부가 운용할 수 있는 세입은 쓰임새가 정해져 있어 특정한 곳에만 쓰여야 하는 수입대체경비와, 특별히 정해진 쓰임새 없이 일반 세입 예산에 편입돼 다양한 곳에 쓰이는 일반 세입으로 나뉜다. 등록금의 경우 후자에 해당해 일반 세입 예산으로서 다른 수입과 함께 여러 곳에 투입된다. 일반 세입 예산은 교수, 강사, 직원 등에게 지급되는 인건비, 공공건물 운영비, 각종 사업비, 교육연구 기자재를 구비하고 다양한 연구를 지원하는 연구비 등으로 폭넓게 이용된다.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금액으로는 일반 세입 예산을 충당하는 데 한계가 있기에 부족한 금액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이 메우고 있다.

등록금은 학생들이 수업료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급하는 데도 쓰인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교육부령 제1호) 제3조 2항에 따르면 각 대학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 총액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장학금 등을 통해 학생들의 등록금 감액 및 면제에 사용해야 한다. 서울대는 내부 지침상 등록금 총액의 15%를 장학복지과로 이관해 학생들의 장학금 지급에 쓰고 있다.

험난한 등록금 책정의 길, 곳곳에서 발견되는 문제점

◇주먹구구식 셈법에 의해 탄생한 등록금=2011년 서울대가 법인화되기 전, 서울대는 교육부가 직접 통제하는 국립대였다. 인사와 조직, 재정에서 자율성을 갖는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수업료를 국가가 책정했다. 책정 방식은 단순했다. 지출된 금액의 총량을 파악해 단과대의 개수로 나눈 후 외부 강사비, 기자재비, 공간 사용료 등 지출 내역이 더 많은 단과대엔 더 많은 금액을 책정했다. 이때 ‘더 많은 금액’은 정확한 산정 근거 없이 등록금이 가장 저렴한 인문·사회계열을 기준으로 1.2배, 1.3배 등을 곱해 결정된 수치다. 이렇게 책정된 금액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그러나 먼 과거에 주먹구구식으로 책정한 금액을 그동안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사용해왔다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학생들의 교육 수혜 여부를 결정짓는 등록금의 책정 방식을 기관의 편의에 따라 방치했기 때문이다. 등록금이 학생들의 교육비 부담, 나아가서는 학생들의 학습권과도 직결된 사안인 만큼 이를 정밀하게 책정하고, 잘못이 지적되기 전에 합리적인 방식으로 수정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신경을 쓸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유명무실한 등심위? 무엇이 문제일까=등심위는 법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하는 데 학생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학생이 등심위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비중이 적고 학생과 본부 간 논의 시간이 짧아 유명무실한 위원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폐쇄성, 자료 검토 시간의 부족 등으로 인해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비판이 제기돼 매년 조금씩 개선이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도 남아 있다.

표면적으로 가장 잘 드러나는 문제점은 등심위의 폐쇄성이다. 등록금 사안은 모든 학생과 관련된 주제인 만큼 최대한 많은 학생이 등심위의 진행과 관련 논의에 대해 알 수 있어야 마땅하다는 것이 학생 측의 입장이다. 현재 등심위는 속기 외에는 위원이 아닌 자의 회의 참석을 허용하지 않는다. 신재용 총학생회장은 “회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참관인이 의견을 제시하거나 질의하는 것까진 어렵더라도 회의 참관을 원할 경우 얼마든지 참관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더 많은 학내 구성원과 등심위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학내 언론의 배석을 요구했으나 거부됐다”고 말했다.

대표자가 아닌 일반 학생의 참관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위원이 아닌 사람이 회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회의록을 열람하는 것이다. 하지만 게시되는 회의록이 회의에서 나온 모든 발언을 기록한 것이 아닌 요약본이라는 점에서 이 유일한 방법조차도 완전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뿐만 아니라 회의록에는 발언자의 실명 없이 ‘학교 대표’ ‘학생 대표’로만 발언자가 표기돼 있다. 정봉문 재정전략실장은 회의록 작성 방식에 대해 “국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의는 주요 발언을 정리하는 의사록의 수준에서 기록을 남긴다”며 “회의의 요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발언자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위원들의 인격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회 현동규 위원장(지구환경과학부·15)은 “학우들은 자신이 낸 등록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래도 학생 대표가 회의록 작성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한 결과 올해 등심위 회의록이 작년 회의록보다는 더욱 자세해졌다”며 “회의의 폐쇄성 문제는 본부와 학생이 협력해 점차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늦은 회의 개최로 인한 촉박한 검토 시간도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다. 작년 등심위에서 학생 측과 본부는 협의추천위원 선정 및 예산에 관한 본부의 설명을 위해 등심위를 11월에 조기 개회하기로 합의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합의한 시기에 예산과 인력이 모두 국정감사 준비에 차출돼 등심위에 신경 쓸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신재용 총학생회장은 “1월 중순에 예산과에서 해당연도 등록금을 포함한 예산 내역을 재경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아는데 1월 초에 등심위를 개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늦게 회의를 개최하면 본부나 학생 모두 자료를 검토하고 이에 대해 논의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일단은 이번 등심위에서 2019년도 등심위는 올해 10월에 조기 개최하겠다는 본부의 약속을 받아낸 상태”라고 밝혔다.

식지 않는 ‘차등 등록금’ 논란

자료출처: 2018학년도 등록금 일람표

◇왜 저는 제 친구보다 등록금을 더 많이 내죠?=등록금이 가장 낮은 인문대와 비교해 예술계인 음·미대는 1년에 최대 약 300만원의 등록금을 더 납부한다. 자연대, 사회대, 사범대 그리고 농생대에서는 몇몇 학과의 등록금이 구체적인 이유가 제시되지 않은 채 다른 학과의 등록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책정돼 있다. 전공마다 교육에 필요한 자원의 종류가 다르기에 전공별로 부과되는 등록금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각 학과에 속한 학생들이 정말 더 쓰는 만큼 더 내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것이 바로 차등 등록금 논란의 핵심이다.

미대의 경우 실습비와 공간 사용료 등을 명목으로 1년 등록금을 인문대보다 300만원가량 더 많이 내고 있지만 수강하는 과목에 따라 많게는 30~70만원까지 사비로 실습비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수업을 듣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비용까지도 학생들이 사비로 부담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수민 씨(디자인학부·17)는 “일 년 동안 전공 일곱 과목을 들었는데 학교로부터 실습비를 지원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도자공예의 경우 흙값, 금속공예의 경우 금속 주조 비용 등 수업에 필요한 근본적인 실습비를 학기 초에 다 사비로 지불한다”고 말했다. 실습비가 포함돼 있다는 등록금을 내고서도 수업에서 결과물을 제출하기 위해, 졸업하기 위해 상당한 금액의 사비를 추가로 부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공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공대생들은 실험·실습비, 공간 사용료 등을 명목으로 인문대보다 1년에 약 111만원의 등록금을 더 내고 있다. 그러나 건축학과를 비롯한 특정 학과 학생들은 설계 과목, 실험 과목 수강을 위해 재료비 20~30만원을 사비로 부담해야 한다. 공대 배창준 부학생회장(건축학과·14)은 등심위 기자회견에서 “실험·실습비로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을 400만원 이상 더 내고 있지만 수강하는 수업의 질과 비교해 이만큼씩이나 등록금을 차등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합당한지 모르겠다”며 본부에 “학생들이 낸 실험·실습비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차등 등록금의 집행 내역과 산정 기준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사회대에서는 인류학과, 지리학과, 심리학과 학생들이 실험·실습비, 답사비 등을 이유로 사회대의 다른 학과들보다 1년 동안 약 47만원의 등록금을 더 납부한다. 자유전공학부 역시 신입생 때 타 단과대보다 1·2학기 합산 4학점을 더 수강할 수 있고 전공설계 과목에서 여행을 간다는 이유로 1년간 약 107만원의 등록금을 더 낸다. 이에 대해 자유전공학부 차우형 학생회장(자유전공학부·16)은 “자유전공학부 신입생들이 누리는 교육상의 혜택이 인문·사회계열과 107만원의 차이를 낳을 정도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차등 등록금 해결을 위한 학내외 움직임=이렇게 차등 등록금과 관련해 수많은 의문이 쌓여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학내에서는 작년 11월 당선된 총학생회와 사회대 학생회가 차등 등록금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총학생회는 지난 1월 진행된 등심위에 참여해 본부에 차등 등록금 산정 근거 공개를 요구했고, 지난 1월 9일 등심위 기자회견을 진행해 본부의 차등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차등 등록금에 대한 본부의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오늘(12일) 오후 12시 사회대 학생회, 자유전공학부 학생회 등 9개 단과대 학생회가 연대해 기자회견을 연다. 9개 단과대 학생회는 각 단과대 및 학과별 등록금 산정 근거가 부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본부에 차등 등록금 산정 근거를 명확히 공시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자유전공학부 차우형 학생회장은 “등심위 종료 이후 본부가 차등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지지부진하다”며 “등록금 문제에 대한 본부의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학외에서도 차등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 28개 예술대학 단과대 학생회가 모여 만든 ‘예술대학생 등록금 대책위원회’(예대생 등록금 대책위)의 활동이 눈에 띈다. 예대생 등록금 대책위 신민준 대표(홍익대 회화과)는 “기자회견, 청원 운동 등 공개적인 홍보 활동을 통해 예대생들이 겪고 있는 불합리한 등록금 실태를 고발하고 해결을 촉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예대생 등록금 대책위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협력해 대학 등록금의 산정 근거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노 의원을 포함한 21명의 국회의원은 지난달 26일 대학들이 등록금을 책정하게 된 근거 자료를 교육부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특히 계열별로 등록금을 달리 매기는 근거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차등 등록금 논란에 대한 서울대의 입장은=차등 등록금 산정근거를 공개하라는 총학생회와 사회대 학생회의 요구에 대해 본부는 ‘추후에 자료를 제공하고 설명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등록금 관련 사안을 전담하는 예산과는 모든 단과대가 사용하는 공통 경비를 단과대별로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에 대해 절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교육원가를 산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과거와 달리 학생들이 다전공제도를 활발히 활용하고, 전공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도 복잡성을 더하는 원인 중 하나다.

단 본부는 음·미대의 차등 등록금 현황에 대해 등록금 차액 이상의 시간 강사료를 지원하고 넓은 공간을 배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차등 등록금으로 논란이 발생한 사회대의 세 학과에 관해서는 사회대의 나머지 학과와 다르게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고, 대부분의 답사 비용을 본부가 부담해 학생에게는 최소한의 답사비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봉문 재정전략실장은 “서울대의 교육비 환원율은 100%를 훌쩍 넘겨 학생 한 명당 약 4,000만원을 투자하고 있다”며 “회계 분석을 통해 교육비 사용 내역을 산출할 수는 있겠지만, 교육원가를 계산한다면 오히려 등록금을 더 내야 하는 곳이 많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등심위에서 학생 측은 본부에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학생 측 대표와 본부 대표로 구성된 차등등록금 관련 TF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본부는 제안된 시기에는 삭감된 국고출연금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기에 별도의 TF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신 등심위 학생위원 3인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통해 관련 자료 제공과 설명을 먼저 하되 추후 TF 구성이 필요하다면 추가로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학생 측 위원이 동의해, 차등 등록금과 대학원 입학금에 관해 자료를 제공하고 설명하는 간담회를 시작으로 서울대에서도 차등 등록금 문제 해결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더 나은 등록금 제도를 위해

◇등록금 중심의 대학 운영구조 바꿔야=더 나은 등록금 제도를 만들어가려면 어떤 노력이 선행돼야 할까? 우선 학생들의 교육비 부담 절감을 위해 등록금 총액을 낮추는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본부가 학교 재정에서 등록금에 의존하는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등록금 의존율이 내려가야 등록금을 인하해도 줄어든 등록금 수입에 학교 재정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등록금을 제외한 다른 재원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정부로부터 국고출연금을 더 많이 지원받는 방법도 있지만, 법인화 이후 정부 지원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국고출연금이 아닌 자체 역량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 사업을 활성화하고 기부금 모금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서울대가 법인화되면서 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자체적 수익 사업이 가능해졌다”며 “건물 임대, 교육 부대 수입 등 다양한 수익 사업을 발굴해 운영함으로써 재원을 확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임대를 통해 외부 업체 및 시설이 입주하게 되면 이들의 수입이 학생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의 주머니로부터 나온다”며 “학교의 수익 사업이 또 다른 형태의 금전적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선 신중하게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 규모에 비해 저조한 기부금 모금 현황도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기부금 확보를 위해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알리기 위한 활발한 홍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의 효율적인 책정과 투명한 운용=그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사업을 줄여 예산 과다 편성을 막고 각종 지출 내역을 투명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돈이 부족하다면 수입을 증가시킬 방안을 먼저 고민하기보다는 잘못 새나가는 돈이 없는지 지출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임 연구원은 “재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재원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들이 실제로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월금과 교육부대수입, 발전기금 등 이미 존재하는 재원들의 집행 내역을 공개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신재용 총학생회장은 “이월금과 교육부대수입 등 몇몇 재원들의 사용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쓰임새도 모르는 여유 자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본부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발전기금에 대해서도 운용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서울대 총장이 발전기금 이사장을 겸임하면서도 발전기금 회계의 활용에 대해서는 대학 구성원간 논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발전기금 회계로부터의 전입이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발전기금 내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금액과 지금까지의 사용 내역을 공개해 서울대 전체의 재정 실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임 연구원은 “2014년에 오연천 전 총장이 발전기금 일부를 교직원 성과급 지급에 이용한 사례가 있었다”며 “발전기금이 독립된 회계이긴 하지만 그 규모와 집행 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혀 한정된 재원이 어떻게 쓰이는지 검토받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알권리’ 충족과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등록금 산정 근거 공개와 합리적 등록금 책정에 대한 요구도 끊이지 않는다. 교육받기 위해 돈을 지불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얼마를 냈든 그와 관계없이 낸 만큼에 걸맞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자신이 낸 금액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알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일 테다. 자유전공학부 차우형 학생회장은 등심위 기자회견에서 “계열별 차등 등록금 산정 근거를 요구하는 것은 법적으로 정당한 요구”라며 “등록금을 내는 당사자이자 서울대를 구성하는 주체로서 갖는 당연한 권리”라고 역설했다.

공통 경비와 연합·연계전공자의 수업료 배분 문제 등으로 정확한 교육 원가를 산정하지는 못하더라도, 고지된 등록금 액수를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근거는 제시해 달라는 것이 학생 측의 주장이다. 사회대 윤민정 학생회장(정치외교학부·15)은 “등록금을 더 많이 내는 몇몇 학과들이 있는데 학장단과의 면담 결과 실제론 그렇게 많은 금액이 책정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학교는 특정 학과 학생들이 왜 지금까지 등록금을 다른 학부보다 더 많이 내왔는가에 대해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은 유상으로 고등 교육이 이뤄지는 이상 결국 돈을 내는 학생과 이를 운용하는 본부 두 주체가 협력해 개선해 나가야할 대상이다. 등록금에 쏟아지는 관심을 양분 삼아 서로의 주장에 귀 기울여 더 나은 등록금 제도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삽화: 강세령 기자 tomato94@snu.kr 권민주 기자 kmj4742@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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