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건대 나는 종이신문을 봐야만 마음의 평화를 얻는 아날로그 세대다. ‘대학신문을 읽고’를 써야 할 월요일이 다가오자 급한 마음으로 출근길에 모바일과 PC를 통해 대학신문을 처음 읽어 볼 수 있었는데, 그 첫 느낌으로 이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한마디로 ‘와 이것도 상당히 괜찮은데!’였다. 예컨대 모바일과 PC 전환 버튼이 손쉬웠고, 카테고리별 기사 읽기, PDF 보기, 인기기사 보여주기 등의 다양한 기능이 편리하게 위치해 있었다. 다만 ‘마로니에’, ‘신문고’, ‘아크로의 시선’ 등의 칼럼을 모아서 보여주는 기능을 찾을 수 없음은 아쉬웠다.

나는 평소 대학신문은 그 존재의 정체성이 분명하다고 느끼는 독자 중 하나이다. 우리 대학과 우리 대학 구성원이 고민할 수 있고, 관심 가져야 하는 문제들과 관련된 기사와 글을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쩌다 다른 일간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기사를 접하고는 조금 안이한 것은 아닌가 실망한 적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번 1965호에서 2면 김일성대학과의 교류 추진, 6면 리처드 파인만 이야기, 7면 신간 소개는 학문의 전당 구성원들의 흥미를 충분히 유발할 수 있는 수준 있는 기사였다. 특히 한정된 지면에도 불구하고 간결하면서도 공감을 이끌어내는 필력을 통해 세계적 학자 파인만에게 접근한 번역가 노태복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주목받았던 학자를 대학신문 덕에 한 번 더 기억해 보게 되고 서점에 가서 도서 한 권을 펼쳐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리라.

대학신문의 품격이 엄선된 주제와 수준 높은 필력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호 2면 질문포착 코너를 보고 느꼈다. 자하연의 오리들이 어디로 갔는지 짧은 몇 문장으로 명료하고 품위까지 갖추면서 우리 공동체의 일면을 포착했기에 훌륭했다. 지성인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다운 유머와 센스를 담아내야 하는 것도 대학신문의 어려운 미션 중 하나가 아닐까? 유사한 의미에서, 4면 르포에서 제시한 소제목들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기사를 살려주고 있었는데 특히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 변하지 않게’는 매우 고심한 흔적이 보인 함축적 타이틀로 돋보였다.

대학신문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학내 여론 형성일 것이다. 마침 이번 호에서 다룬 총장선출과 같은 다분히 무거운 이슈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매일 겪는 소소한 이슈에 평소 관심을 가져왔기에 이번 호에서 가장 반가웠던 기사는 5면에서 간접적으로 다룬 통학난 그리고 8면에서 제기한 주거난이었다. 이 기사들을 읽으면서 대학신문이 우리 바로 곁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오히려 만성이 돼 버린 어려움과 불편함에 대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그 해법을 찾아보도록 캠페인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대학신문이 이제 문제의 제기를 넘어 여론 형성은 물론 제기된 문제들이 일부라도 해결되도록 그 역할을 확장해보길 감히 이 자리에서 제안해 본다. 더불어 대학신문이 실시한 캠페인이 어느 정도 실현됐는지 매년 평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면, 매일 마을버스를 타면서 각자 백팩을 내려놓거나 앞으로 매면 더 많은 사람이 버스 뒷부분으로 탈 수 있어 조금이나마 만원버스의 힘겨움이 해소되지는 않을까 느낀 적이 있었다. 마을버스에서 서울대만의 문화를 만드는 일에 대학신문이 앞장선다면 작지만 많은 사람에게 반향을 일으키는 언론의 또 다른 역할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루 5만명의 유동인구가 머무르는 캠퍼스에서 이런 이슈들을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긴 시간을 들인 심층적이고 분석적인 기사들을 대학신문에서 더 많이 접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김영오 교수

건설환경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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