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중앙도서관 대출 1위, 베르나르 베르베르 『고양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신간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을 접해본 독자는 『고양이』라는 제목만 보고 이야기의 틀을 눈치챘을 것이다. 베르베르는 지금까지 여러 작품에서 인간이라는 종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곤 했다. 그는 『개미』와 『나무』를 포함한 대표작에서 다른 동물이나 신(神)의 눈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기법을 사용해 독자들에게 참신한 인상을 줬다. 이번에는 그가 고양이의 관점에서 인간 세상을 바라봤고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인간 세상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했다.

우리가 전작의 발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의 신간에 또다시 눈길이 가는 이유는 생생한 문체와 섬세한 이야기에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고양이의 특성과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야기는 주인공 고양이 ‘바스테트’에의해 진행되는데 실제 고양이의 생각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고양이의 생각을 투영한 듯한 베르베르의 생생한 문체가 착각을 불러일으켜 이야기에 더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또한 작가의 생생한 문체는 인간 세계에 대한 고양이의 냉소를진지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인간은 자유가 침해될 때는 자유를 열망하다가 막상 자유가 주어지면 스스로 짊어져야 할 책임감 때문에 퇴행하기를 자처한다. 이러한 인간의 모순된 행동을 비웃는 두 고양이의 대화가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고, 실제로고양이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전적으로 베르베르의 문체 덕이다.

그의 생생한 문체가 책을 읽을 때 흥미를 더한다 해도 소재가 되는 인간의 모습이 뻔하다면 흥미가 덜할 것이다. 베르베르는 뻔한 이야기일 것 같다는 우려를 섬세한 내용 구성으로 극복했다. 먼저 주인공인 두 고양이의 독특한 성격 설정은 인간 세상에대한 분석과 비판을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을 줬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고양이인 ‘바스테트’는 고양이가 인간보다 고등한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키우는 주인 ‘나탈리’를 ‘집사’로 생각하고, 감각기능도 열악하고 자기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인간을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그러던 중 바스테트는 ‘제 3의 눈’을 가진 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난다. ‘피타고라스’는 ‘제 3의 눈’을 통해 인간 세계의 정보를 취할 줄 아는 고양이다. 바스테트는 피타고라스와 가깝게 지내면서 그에게 인간과 고양이의역사를 듣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 간다. 인간을 하찮게 보는 ‘바스테트’는 인간의 역사를 알아가면서 직설적으로 비판하는데, 우리는 여기서 인간의 한계와 모순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다음으로 베르베르의 섬세한 배경 설정은 현실적이면서도 자극적이어서 흥미를 돋운다. 책 속에서 인간은 일상화된 테러와 계속되는 전쟁으로 자멸에 이르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인간의 특성이 이러한 상황을 만든것이다. 이야기의 배경인 파리는 설상가상으로 페스트가 돌아 쥐에게 점령당한다. 인간은 자신들이 초래한 재난으로 멸종할 위기에 처하고 만다. 이러한 이야기 구성은 현실로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는 베르베르가 이야기를 섬세하게 구성한점도 큰 역할을 했겠지만, 지구의 현실이 이야기 속 상황의 전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로 자연재해의 피해 규모가 점점 커지고, 기존의 백신에 저항력이 생겨 바이러스가 점점 강해지는 현실의 상황은 페스트가 닥친 『고양이』 속의 사회와 닮아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바스테트’는 ‘소통’으로 위기 상황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종 간의 소통의 부재가 현재 상황을 낳았다 판단한 그는 다른 종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소통’은 베르베르가 현대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로 제시하는 것이다.현대사회의 재난은 인간이 초래한 경우가 많지만, 인간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커져가고 있다. 인간 스스로 재난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므로 베르베르는 다른 종과의 소통, 나아가 자연과의 소통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인간의 사회 속에서도, 이를 포괄하는 생태계에서도 이기주의는 위험하다. 『고양이』에선 두 가지 위험 상황을 설정해 이를 경계하고 있다. 이야기 속에서 나타나는 테러와 전쟁은 인간 사회 속에서의 이기주의의 결과고, 페스트는 인간중심주의로인한 생태계 균형 파괴의 결과다. 비록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이기주의가 팽배한다면 머지않은 미래가 될 수 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바스테트’는 ‘피타고라스’에게 인간을 한 번 더 믿어보자고 한다. 이는 베르베르가 우리에게 던지는 말처럼 들린다. 현재의 수많은 재난을 일으킨 종은 인간이지만, 지금의 재난을 해결할 리더도 인간이기에 우리가 생태계의폭군에서 벗어나 조화를 이루는 지도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양이』에는 이같이 중요한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바스테트’가 ‘피타고라스’의 이야기를 듣고 깨달음을 얻었듯이, 우리는 베르베르의 글을 읽고 인간 태도의 변화에 대해고민해야 한다. 『고양이』 속 재난이 그저 소설 속의 이야기가 될 것인가 현실화될 것인가는 우리 인간에게 달렸다.

고양이 1 ·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전미연 옮김

240쪽

열린책들

삽화: 홍해인 기자 hsea97@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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