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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폭염 때문에 죽는가

기사승인 2018.09.02  09: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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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은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에릭 클라이넨버그 『폭염사회』

올여름 111년 만에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왔다. 매년 한반도를 괴롭히던 태풍이 계속 빗겨갈 정도로 폭염을 몰고 온 북태평양 기단의 위력은 강력했다. 가공할 만한 더위로 사망자 수도 48명에 이르러 작년 8명의 6배를 기록했다.

이번 여름이 특히 더웠기 때문에 사망자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폭염의 위력을 확인한 이상 우리는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도 강구해야겠지만 당장 폭염이 찾아왔을 때 사회가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폭염사회』의 저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먼저 “누가 폭염으로 사망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1995년 여름 미국 시카고에 섭씨 41도까지 올라가는 폭염이 찾아왔고 무려 700여 명이 사망했다. 그중에는 노인과 빈곤층, 1인 가구 거주자가 많았다. 이들은 이웃이나 국가의 외면으로 혼자 더위를 견디다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대비책을 아예 마련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취약계층이 능동적으로 대비책을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문제였다.

1999년 시카고에 또다시 폭염이 찾아왔지만, 이번에는 여름철 기상이변에 대한 대비가 잘 돼 있었다. 경찰은 집집마다 방문하여 취약계층의 안전을 확인했다. 시카고시는 냉방센터를 여럿 만들고 냉방센터에 오려는 사람들이 무료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시카고시의 노력으로 사망자 수가 110명으로 줄었다.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99년도의 더위가 95년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1995년도와 1999년도의 차이는 사회적 연결망에 있었다”고 말한다. 비슷한 폭염 상황이라 해도 취약계층의 안부를 수시로 묻고 그들을 챙기려는 노력이 피해를 크게 줄였다. 사회적 연결망의 중요성은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지역 비교 연구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시카고 내 두 지역 엥글우드와 오번그레셤에서의 폭염 피해를 비교했다. 두 곳 모두 흑인이 대다수인 지역이고 빈곤율이나 노인 비율, 범죄 비율이 모두 비슷했다. 그러나 95년도에 폭염으로 사망한 인구의 비율은 엥글우드가 오번그레셤보다 무려 11배나 높았다. 결과의 비밀은 공동체 조직에 있었다. 엥글우드는 폭염 발생 전 30년 동안 인구가 계속 줄어 1995년 인구는 1960년 인구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자연스럽게 사회적 유대관계가 약해져 폭염 발생 시 각자가 고립됐다. 반면 오번그레셤은 평소에도 공동체 활동을 자주 하는 지역이었다. 그렇기에 오번그레셤 주민들은 누가 혼자 살고 누가 위험한지를 알고 있어서 폭염 기간에 서로를 챙길 수 있었다.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두 연구에서 우리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경제적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관심이고, 클라이넨버그는 이를 ‘사회적 연결망’이라 표현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의 부족이 그들이 폭염 때문에 사망한 진짜 이유기에 저자는 “폭염 재난이 그 사회의 정치·구조적 실패”라고 말한다.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부자와 빈자 간의 사회적 분리도 지적한다. 부유층 사람들이 부촌을 이루어 부유한 사람들과 교류하려 하고, 빈곤층과는 교류하지 않으려 하기에 각 계층 간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폭염과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경제적 약자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어 서로를 돕기가 어렵기에 계층 간 격리는 위험하다. 한국의 상황도 미국과 비슷하다. 그러나 사회적 연결망은 재난 발생 시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상시에 공동체 활동을 자주 하는 지역이 폭염이 발생했을 때 쉽게 연대할 수 있다.

2018년 한국의 폭염은 1995년 시카고의 폭염에 비하면 피해가 작다. 그러나 사망자 48명 중 60% 정도가 고령층인 것을 생각하면 폭염 재난이 가진 의미가 클라이넨버그의 연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독거노인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에 앞으로의 폭염이 더욱 우려된다. 폭염이 지나갔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사회적 연결망을 확충해 다음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아야 한다. 서로에 대한 관심이 끊긴다면 취약계층의 피해는 계속될 것이다. 취약계층이 찌는 듯한 더위에서 혼자 죽어가는 사태를 막으려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이웃과 시민단체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취약계층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것은 정부다. 취약계층이 자구책을 찾도록 방치하지 않고, 직접 그들의 안전을 확인하면서 그들이 쉽게 더위를 이겨낼 방법을 정부가 제공하는 것이 폭염 재난을 이겨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클라이넨버그는 말한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홍경탁 옮김

472쪽

글항아리

22,000원


삽화: 권민주 기자 kmj4742@snu.kr

장대엽 기자 daeyoupjang@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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