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학기를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늦게 시작했다. 9월 5일, 남들은 한창 새로운 수업이 열리는 교실을 찾아다니며 신학기를 맞이할 때 나는 오래된 노트북으로 부랴부랴 수강신청을 하고 있었다. 나는 당시 시흥캠퍼스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대오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6개월 정학의 처분을 받고 있었고, 이듬해 봄학기 전까지는 꼼짝없이 휴학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학생들이 제기한 징계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서 갑작스러운 복학을 맞게 된 것이다. 어렵사리 수업을 듣게 됐던 그 해 9월은 유독 공부가 재밌었던 것 같다.

그러나 금방 끝이 나리라 생각했던 본안소송은 그 후 계절이 돌아 다시 가을학기를 맞이하게 된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학생을 소송이라는 공간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던 성낙인 전 총장의 신년사가 무색하게도, 대학당국은 소송을 이어가기 위해 수백 쪽에 달하는 서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법정다툼은 1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장기간 농성을 진행하면서 행정업무를 마비시킨 것도 사실이고,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징계 내용은 과도한 중징계이며, 징계절차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은 교육적인 목적을 가진 징계가 아니라 밉보인 학생들에 대한 ‘보복성 징계’입니다. 지금까지 서울대학교는 이 정도 수위의 징계를 처분한 전례가 없습니다.”

지난 8월 17일에 진행된 박배균 교수의 증언처럼 이번 징계는 유례없는 중징계였으며, 이를 위해 징계 절차도 양정 기준도 무시됐다. 수년간 인건비 횡령, 갑질, 성폭력을 저질러온 혐의를 받은 사회학과 H교수에게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린 징계위원회는, 대학당국의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학생들에 대해선 무기정학 8명, 유기정학 4명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졌던 학생들의 점거농성에 대한 본질적인 책임은 오히려 비민주적 행정을 감행한 대학당국에 있음에도 징계의 대상은 오직 학생들뿐이었다. 비민주적 의사결정과 학교의 물리적 진압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았다.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뒤로하고 성낙인 전 총장은 지난 7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하지만 초유의 총장공백사태는 징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박찬욱 교육부총장을 중심으로 전 집행부를 유임시켰다. 대학당국은 학생처장을 새로운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9월 다시 법정에 서며, 나는 이 다툼이 결국 서울대학교 공동체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의견의 대립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를 묻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대학당국의 행동이 그 답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이승준

정치외교학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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