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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화면에 '최애'를 가두는 팬심, 법보다 무거운 현실

기사승인 2018.09.17  11: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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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 직캠, 올바르게 보려면?

요즘 많은 이들이 힘든 하루를 마치고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직캠’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다. ‘직접 캠코더로 찍은 동영상’을 뜻하는 직캠은 최근 몇 년 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정식 방송 화면과 달리 생동감을 주고 섬세한 부분까지 담아낸다는 장점 때문에 직캠을 찾는 이들이 늘자 방송사에서도 직캠이라는 이름의 공식 영상을 게시하는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직캠 뒤엔 팬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법적 문제가 있다. 『대학신문』은 직캠이 흥행하는 연예계의 구조에서 직캠의 법적 문제를 짚고 성숙한 팬 문화 형성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화면에 담겨 공유되는 그들

현재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연예계 직캠은 주로 정식 기자나 촬영자가 아닌 팬이 직접 문화 행사를 촬영해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는 영상을 뜻한다. 여기엔 영화, 연극, 아이돌 공연 등 각종 행사를 직접 촬영한 것들 모두가 포함된다. 공개 방송, 팬 사인회, 콘서트 등 연예인이 출연하는 대부분의 행사에서 직캠 촬영이 이뤄지고 있다. 직캠 촬영 및 소비의 흥행은 방송 여건에 기인한다. 아이돌 가수의 공연을 공식적으로 접할 수 있는 음악 방송의 경우 무대 전체를 조명하기 때문에 팬들이 원하는 특정 멤버에게 집중할 수 없다. 평소 좋아하는 가수의 직캠 영상을 즐겨보는 김동현 씨(소비자·아동가족학부·18)는 “방송 화면에선 필요하지 않은 부분까지 모두 보게 되지만 직캠 영상에선 내가 원하는 부분에만 온전히 집중해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법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현실

이처럼 보편화된 문화지만, 직캠은 저작권법상 분명히 문제가 있다. 촬영 대상이 되는 문화 행사는 모두 1차적저작물이므로 이를 자의적으로 촬영해 공유하는 것은 분명한 저작권법 위반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직캠을 촬영해 배포하는 행위는 다양한 범위의 저작권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신창환 법률상담관은 “직캠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작곡가, 작사가, 안무가 등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가수, 연주자, 연출자와 같은 저작인접권자*들의 권리 침해에도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불법 촬영된 직캠을 통해 영리적 이익을 창출하는 경우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일부 직캠 촬영자들은 사전 주문을 받아 DVD를 제작해 판매하고 유료 영상회를 개최하는 등 불법 직캠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 이에 대해 신창환 법률상담관은 “원저작자의 동의없이 2차적저작물을 작성한 경우 1차적저작물에 대한 권리 침해가 성립한다”며 “따라서 그 수익은 손해배상액이 되거나 원저작자에게 반환해야 할 부당이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직캠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또 하나의 권리는 퍼블리시티권이다. 퍼블리시티권은 사람, 특히 유명인이 그가 가진 성명, 초상 등 인격적 권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뜻한다. 정상조 교수(법학과)는 “연예인은 초상 자체가 재산으로 이용될 수 있으므로 해당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배타적 권리가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고 2013년 연예인의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 판례도 있다”며 퍼블리시티권의 유효성을 언급했다. 이처럼 불법 직캠의 촬영 대상이 된 연예인이나 그 기획사는 초상권 침해에 대한 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퍼블리시티권 침해도 함께 인정된다면 재산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정상조 교수는 “연예인의 공연을 촬영해 임의로 공유할 경우 그의 인격적 특성을 독점적으로 활용할 권리를 침해한 것이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며 직캠 촬영 행위가 퍼블리시티권에 저촉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하지만 연예계 직캠에 대한 실제 법적 처벌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공연의 무단 촬영으로 인한 가시적인 손해를 입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기태 교수(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는 “현행법상 권리 침해 입증 책임은 권리자에게 있지만 공연의 무단 촬영으로 인한 저작권자의 손해를 수치로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에 연예인 본인 또는 소속사에서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며 저작권 침해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지 못하는 현 연예계의 현실적 문제를 언급했다.

가요계의 저작권 인식이 부족한 것 또한 법적 처벌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연극·영화계에선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이미 잘 확립돼 있다. 정상조 교수는 “영화의 경우 저작권법에 명확히 영화관 등에서 영상 저작물의 촬영을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어 저작권이 잘 보호받는 편이다”고 말했다. 관객들도 직캠 촬영이 불법 행위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저작권자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직캠 촬영을 제지하고 위반된 사항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기 때문에 연극·영화계에선 직캠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반해 연예계는 다른 문화계와 다른 양상을 띤다. 우선 저작권자인 기획사가 불법 행위를 묵인한다. 기획사 측은 팬이 중요한 연예계에서 저작권 보호를 위해 그들을 고소할 경우 발생할 부정적 효과가 저작권 보호로 얻는 이점보다 크다고 판단해 정당한 권리 행사를 주저한다. 실제로 한 기획사가 저작권 보호를 위해 소속 가수의 직캠 영상을 음소거 처리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가하자 팬들이 반감을 품고 기획사에 항의한 사례가 있다. 또한 아이돌 콘서트 직캠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된 것에 대해 기획사 측에서 ‘콘서트 관련 불법 촬영 영상은 당사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며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 행위입니다’라고 공지하자 네티즌 사이에서 ‘융통성이 없다’는 여론이 조성된 일도 있었다.

한편 기획사가 불법 직캠을 조장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영세 기획사의 경우 직캠이 유용한 홍보 수단이 되므로 직캠의 촬영 및 공유가 자신들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암묵적으로 용인하기도 한다. 직캠은 웬만한 마케팅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큰 홍보 효과가 있어 기획사 측에서도 불법 직캠을 단속하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EXID 하니 위아래 직캠’ ‘여자친구 꽈당 직캠’ 등은 직캠이 공유된 이후 큰 호응을 얻어 팬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소형 연예 기획사 관계자 A씨는 “직캠을 통해 소속 가수들이 미디어에 더 많이 노출되면 회사 입장에선 홍보의 효과가 크다”며 “역효과가 날 수 있는 사진들은 회사 입장에서도 꺼리지만 긍정적 취지의 영상에 대해선 크게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태 교수도 “기획사는 직캠을 통해 유입되는 팬덤 활용으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캠 영상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에 크게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문화계를 위해

직캠이 흥행하는 상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현재 문화계에선 저작권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에 성숙한 문화계 정립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1차적으론 직캠 문화 자체에 변화를 줄 수 있다. 현재 엠넷은 ‘MPD’, MBC는 ‘예능연구소’라는 채널을 통해 방송사 자체적인 직캠 영상을 게시하고 있다. 팬들도 이러한 경우 공식적인 방법으로 원하는 영상을 확인할 수 있음을 알고 직접적인 직캠 촬영을 자제한다. 이처럼 방송사나 기획사 차원에서 촬영 범위를 확대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합법적인 영상을 다양하게 제공한다면 팬들의 불법 직캠 촬영을 금지하면서도 그와 동일한 홍보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무분별한 불법 직캠 촬영을 금지하기 위해 공연이나 방송 중 특정 부분은 공식적으로 촬영을 허가하는 등 합법적인 장을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제안되고 있다. 김기태 교수는 “음성적인 공유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차라리 직캠 영상 공모전과 같은 방식을 통해 엄선된 영상물만 공유하게 하는 방법도 좋다”며 “미리 영상물의 법적 문제에 대해 안내하고 공모전에서 당선되지 못한 것들은 공유할 수 없다는 규정에 동의해야 출품할 수 있게 한다면 무분별한 불법 직캠 공유 현상이 개선될 수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미 일부 아이돌 그룹은 팬 사인회 등의 행사에선 전체 행사의 촬영은 금지하되 포토타임을 따로 마련해 일정 시간 동안 사진 촬영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팬들도 허가된 시간에만 사진을 촬영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므로 이 범위를 영상으로까지 확장하는 것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각에선 저작권과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연예계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록 직캠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 위한 팬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는 엄연히 저작권 및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하는 불법 행위다. 따라서 팬들 스스로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불법 영상의 촬영과 소비를 지양해야 한다. 기획사 측에서도 일시적인 홍보 효과를 위해 이를 묵인하기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직캠 문화만을 변화시키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본질적으로 저작권에 대한 인식 전반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상조 교수는 “저작권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사례 위주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저작권 침해가 저작권자의 생계 이익과 직결된다는 점 등을 들어 인터넷의 기본 질서를 가르치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직캠이 주는 3분간의 즐거움은 예술가들이 완벽한 공연을 위해 쏟았던 수년간의 노력으로부터 나온다. 저작권은 일시적인 저작물 보호를 넘어 예술가의 장기적인 창작 활동 유지를 위해 꼭 보장돼야 하는 권리다. 잠깐의 불법적 즐거움을 포기하면 법의 보호 아래 창작이 이뤄지는 성숙한 문화계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올바른 저작권 의식을 함양함으로써 예술가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모두가 책임감 있게 즐기는 사회가 형성되길 기대해 본다.

*저작인접권자: 직접 저작물을 창작한 저작자는 아니지만 저작물의 전달자로서 창작에 준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

삽화: 손지윤 기자 unoni0310@snu.kr

신다현 기자 shinda0206@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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