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킴 특강: ‘포스트-인터넷 시대의 현대예술’

2010년 12월 튀니지의 노점상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경찰의 과도한 단속에 항의하며 분신자살했다. 그의 시위는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됐고 이는 ‘아랍의 봄’의 불을 댕겼다. 사람들은 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했고 이는 몇몇 국가에서 혁명이 성공하는 데 주된 역할을 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 당시 투쟁의 열기가 확산된 통로도 SNS였다. TV나 신문 등의 단방향 소통수단도 상황을 보도했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쌍방향 소통수단이 당시 상황을 더 생생하게 보여줬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큐레이터인 크리스틴 킴은 “시민들이 힘을 합칠 때 SNS가 큰 역할을 했던 것은 SNS가 시민들이 온라인 세계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도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NS의 수단인 뉴미디어의 발달로 인터넷은 일상화됐고, 그에 따라 오프라인 세계도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번 강연에서 크리스틴 킴은 광주 비엔날레 주제전에서 그린 온라인 세계와 오프라인 세계 간의 희미해진 경계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10일(월) 체육문화연구동(71-1동)에서 열린 강연에서 크리스틴 김은 ‘참여, 설득 및 권력의 정치학’을 주제로 광주 비엔날레에서 열린 자신의 전시회에 대해 설명했다.


인터넷은 이제 일상이다

크리스틴 킴의 주제전에 담긴 작품은 ‘포스트 인터넷 미술’에 속한다. 우리가 ‘포스트 모더니즘’이나 ‘포스트 차이나’ 등의 말을 할 때 ‘포스트’를 ‘~ 이후’로 해석한다. ‘포스트 인터넷 시대’를 이와 같이 해석하면 마치 인터넷 시대가 끝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크리스틴 킴은 포스트 인터넷 시대란 인터넷 시대 이후의 시대가 아니라 “인터넷이 일상화돼 인터넷 이후의(post) 삶인 오프라인 세계가 온라인 세계로부터 영향을 받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스트 인터넷 시대에 깊숙이 진입할수록 온라인 세계가 오프라인 세계에서의 생각과 행동을 규정하는 정도가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인터넷’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예술가 마리사 올슨은 포스트 인터넷 예술이란 서핑과 다운로드를 통해 얻은 인터넷 자료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이후의 미술로 정의했다. 즉 포스트 인터넷 미술에서 인터넷 자체는 경계가 희미해진 온라인-오프라인 세상을 표현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주제전에 참가하는 15명의 작가는 저마다 독특하게 포스트 인터넷 예술을 해석했다. 웹툰 작가이자 예술가인 선우훈은 웹툰 형식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이는 인터넷에 게재된 작품은 아니지만,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기에 포스트 인터넷 예술이라 볼 수 있다. 그의 작품 속 픽셀을 확대하거나 스크롤하면 숨겨져 있던 새로운 모습이 나오는데, 그는 이런 기법을 통해 하나의 작품 속에 여러 이야기를 담는다. 2017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전’에서 선보인 ‘가장 정치적인 것이 가장 평면적인 것이다, 2017’를 보면 촛불시위, 세월호 추모 집회, 강남역 살인사건 등 다양한 사건을 스크롤을 통해 하나의 그림 속에 매끄럽게 담고 있다. 그가 이번 광주 비엔날레에서 선보일 작품에서는 1980년 광주항쟁서부터 1987년 이한열 열사 영결식, 2002년 한일 월드컵,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 2018년 미투운동에 이르기까지 80년 이후 우리나라를 들썩였던 사건을 이전처럼 픽셀을 활용한 포스트 인터넷 미술의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포스트 인터넷 시대는 똑같이 찾아오지 않는다

지구촌은 분명히 포스트 인터넷 사회로 나아가고 있지만, 진행 속도의 격차는 꽤 심하다. 우리나라나 미국은 인터넷 사용이 자유로워 온라인 세계와 오프라인 세계의 경계가 희미한 반면, 규제가 심한 중국, 쿠바나 데이터 요금이 비싼 남아공, 나이지리아 같은 국가들은 인터넷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 크리스틴 킴은 이런 통제를 두고 “인터넷 사용이 자유롭지 않은 나라의 정부, 군부, 통신사가 권력을 남용하는 행위”라며 비판했다.

이런 비판은 크리스틴 킴만의 외로운 외침이 아니다. 포스트 인터넷 예술가 미아오 잉은 “내 작품은 실질적 변화를 목표로 한다”며 독창적인 작품으로 중국의 과도한 인터넷 제한을 비판하고, 중국 인터넷 정책의 변화를 촉구했다. 크리스틴 킴과 미아오 잉 둘 다 인터넷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사회를 비판하지만, 초점은 인터넷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있다. 그들은 우리의 삶이 규율과 통제 속에 있는 것보다 인터넷을 통한 자유 속에 있는 것이 더 가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인터넷, 권력의 수단인가 저항의 수단인가

인터넷이 자유롭다고 해서 권력자의 권력 남용을 방지할 수는 없다. 권력자가 인터넷 상에서도 권력을 가지면 그의 의견이 대중의 오프라인 세계 속 생각과 행동을 규정할 수 있다. 크리스틴 킴은 “포스트 인터넷 사회화의 진행 속도가 빠를수록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더 취약해진다”고 말한다. 따라서 인터넷이 규제되는 국가의 시민이 자유를 위해 노력하듯이 인터넷이 자유로운 국가의 시민은 정보의 위험성을 바르게 판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은 저항 수단이기도 하다. 크리스틴의 주제전에 참가하는 작가 라라 발라디는 아카이빙이 저항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라라 발라디의 ‘지나치게 솔직하지 마라’(그림①)는 세계 시위의 역사를 담고 있다. 관련 자료를 모으고 이를 대중가요나 상징물 등의 형태로 설치해 청중에게 제시한 이 작품은 포스트 인터넷 예술이 가진 저항의 힘을 보여준다.

크리스틴 킴 주제전의 제목은 ‘종말들: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참여 정치’다. 포스트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편리한 점도 많아졌지만 반대로 사회의 취약성은 높아졌다. 그는 인터넷 규제가 너무 심한 것은 물론 인터넷이 권력의 수단이 되는 것도 종말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는 어느 국가든 간에 인터넷이 사회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떠올랐기에 시민들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인터넷의 ‘종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사진: 유수진 기자 berry832@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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