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비거니즘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Notours)의 대표를 만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값싼 인공 소재’로는 한국의 혹독한 겨울을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년 가죽 자켓을 걸치거나 오리털 패딩을 입고 캐시미어 목도리를 목에 둘러 겨울을 보내왔다.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생각할 때 동물성 섬유를 사용하지 않고도 질 좋은 옷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탄생한 브랜드가 있다. 비거니즘 의류 브랜드 ‘낫아워스’의 제품이 제작되는 홍대 작업실에서 낫아워스의 공동 대표 신하나 대표와 박진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박진영 대표(좌)는 “서울대 감골식당의 채식 뷔페와 비거니즘 동아리 ‘비지모’가 잘 알려져 있듯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비거니즘이 대중들에게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하나 대표(우)는 “처음 채식을 시작했을 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제한돼 사소하지만 많은 점들이 불편하게 다가왔다”며 “일반적인 음식점에 비건 메뉴가 보편화된다면 더 많은 분들이 채식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질 좋은 비건 패션을 꿈꾸다

신하나 대표와 박진영 대표는 막역한 친구이자 동료로 함께 비거니즘을 지향한다. 박 대표는 어린 시절 비거니즘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부터, 신 대표는 비거니즘 활동가인 게리 유로프스키의 책과 강연을 접하고부터 동물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힘써왔다. 두 사람은 동물들을 각각의 개체로서 존중하기 위해 채식을 하고 동물 실험을 거친 화장품 사용을 거부하는 등 일상에서 비거니즘을 실천해왔다. 신 대표는 “너무나 당연하게 동물성 재료가 쓰이는 일상 속에서 성분을 꼼꼼히 체크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며 “제품의 성분을 따져보기 위해 성분표를 읽는 것이 점점 자연스러워져 이젠 누구보다 빨리 읽을 수 있게 됐다”고 웃어 보였다.

의류업계 출신인 그들의 일상적인 노력은 자연스레 의류와 패션에까지 이어졌다. 동물성 섬유나 가죽, 털을 사용하지 않는 옷만을 찾아 입었기 때문이다. 박진영 대표는 “스웨터나 티셔츠 같은 옷은 모두 식물성 섬유가 사용되지만 패딩이나 코트의 경우 보온성을 위해 동물성 재료를 많이 쓴다”며 “그렇기에 내가 입을 수 있는 옷은 합성 섬유나 페이크 퍼로 제작된 것으로 제한됐다”고 말했다. 신하나 대표는 “우스갯소리로 ‘2만 원 이하의 옷은 비건이 입는 옷’이라 불린다”며 “그만큼 인공 합성 섬유로 만든 옷은 소위 ‘싸구려’ 위주로 공급돼 질 좋은 옷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신하나 대표와 박진영 대표는 발품을 팔며 비건들이 입을 수 있는 질 좋은 옷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비거니즘을 실천하며 생긴 불편함에서 비롯된 낫아워스는 이름에서부터 두 대표가 지향하는 바를 뚜렷하게 나타낸다. 박진영 대표는 “‘낫아워스’(Notours)는 문자 그대로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우리의 것이 아닌 것들’ ‘우리의 털이 아닌 동물의 털’ ‘우리의 자원이 아닌 미래 세대의 자원’과 같이 우리 주변의 것이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하나 대표는 “‘Ours’는 프랑스어로 곰을 뜻한다”며 “낫아워스는 곰을 포함한 동물이 아닌, 즉 동물성 패션이 아니라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낫아워스의 대표 이미지에 곰이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낫아워스,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지난 겨울부터 이제껏 낫아워스는 총 여섯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페이크 퍼로 만든 코트부터 가방, 셔츠, 지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판매한 것이다. 신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미리 주문을 받고 그 수요에 맞춰서 물건을 제작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크라우드 펀딩 특성상 홍보가 부족했던 초기엔 모금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SNS 홍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낫아워스의 취지에 공감하며 모금액이 점차 늘어났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수차례의 프로젝트를 거치며 낫아워스는 소비자에게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박진영 대표는 “최근의 페이크 레더 지갑 프로젝트가 가장 소비자 반응이 좋다”며 “값싸지만 유해한 PVC 성분 대신 폴리우레탄을 사용해 질감을 낸 착한 제품이라는 점이 작용했던 것이 원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 대표는 유행에 따르지 않는 투박한 페이크 레더 지갑의 디자인에 담긴 낫아워스의 철학을 이야기했다. 그는 “요즘은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카드지갑과 반지갑이 유행하지만 낫아워스의 페이크 레더 지갑은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지갑 본연의 기능을 살렸다”며 “유행을 좇지 않는 제품은 쉽게 질리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어 낭비와 오염을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낫아워스엔 지구의 환경이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는 두 대표의 가치관이 담긴 것이다.




더 이상 비거니즘이 특별하지 않도록

낫아워스가 추구하는 가치는 사회 환원 활동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두 대표는 지구의 자원과 에너지 일부를 사용해 생산한 제품인 만큼 이를 팔아 얻게 된 수익금 일부를 다시 사회에 환원한다. 신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때마다 모금액의 정해진 비율을 낫아워스와 뜻을 같이하는 여러 동물단체에 기부한다”고 말했다. 이 사실은 낫아워스의 제품을 사는 소비자에게도 미리 공지된다. 박 대표는 “우리는 좋은 일을 숨기지 않고 대놓고 기부 사실을 알리고 있다”며 “이를 통해 우리 것이 아닌 것을 나누는 기부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낫아워스의 두 대표는 낫아워스 브랜드 제품들이 ‘비건 패션’이 아니라 양질의 제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길 바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반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비건 패션을 받아들이길 원하는 것이다. 신 대표는 “비건 패션이라고 해서 일반적인 패션 의류와 다르지 않다”며 “면, 폴리우레탄, 폴리에스터 등은 그대로 사용하되 동물성 재료만 합성 섬유로 대체한 것”이라 역설했다. 박 대표 역시 “비거니즘이 조금 더 일반 대중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더 이상 우리 브랜드 제품들도 비건 브랜드 제품이 아니라 제품 그 자체로서 인정받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 대표와 박 대표가 비거니즘을 실천하며 ‘입을 만한 옷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낫아워스는 이제 갓 돌을 맞았다. 두 대표는 지난 일 년 동안 꾸준히 비건 패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낫아워스의 이름에 걸맞은 가치를 실현해왔다. 이를 통해 그들의 바람대로 비건 패션과 비거니즘이 자연스러울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

사진: 황보진경 기자 hbjk0305@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