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화) 인권센터는 교내의 장애인 화장실 이용환경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조사에 따르면 현재 서울대의 장애인 화장실 242곳 가운데 휠체어 사용자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곳은 242곳 중 단 9곳에 불과했다.

서울대에 등록된 장애 학생은 2018년 기준 77명이다. 학생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공간인 학교에서 이들의 시설 이용권이 타 구성원과 평등하게 존중돼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현재 정부에서도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에 관한 규칙’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등을 통해 시설물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놨다. 하지만 서울대의 현 시설물들은 여전히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진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수십 년간 이동이나 이용에 불편함이 없는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꾸준히 학내 시설을 개선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강의실은 물론 화장실까지도 실제 장애 학생들이 이용하기엔 불편한 곳이 많이 남아 있음이 이번 조사로 드러났다. 화장실 손잡이가 엉뚱한 곳에 부착돼 있는 곳은 그나마 나은 상태로, 휠체어를 타고선 아예 들어갈 수 없는 화장실도 있었다. 시설 설계 당시 실제 사용자의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시설이 잘 마련돼 있어도,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아 이용할 수 없게 된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고 한다. 어떤 사회 기관보다도 모범적인 환경을 구축해야 할 교육기관에서 장애인 인권 보장에 미흡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캠퍼스 전체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학내 시설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따라 시설을 보수하거나 신설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모든 학내 구성원이 학업과 연구 업무를 수행하며 캠퍼스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다. 비록 소수라 하더라도 장애 학생들도 학내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권리를 지닌 서울대 구성원이다. 이들의 자유로운 이동과 생활을 위해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사용자를 고려한 공간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애써 마련한 시설이 방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학습이나 학생활동, 기타 일상생활에서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꾸준히 의견을 듣고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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