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 택배 노동자 원청 사용자성 인정과 권리 보장을 위한 토론회

지난달 19일(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주관 하에 ‘택배 노동자 원청 사용자성 인정과 권리 보장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빠르게 성장 중인 택배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또한 필요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박홍근 의원은 “택배 시장은 ‘지옥의 아르바이트’라 불릴 정도로 노동권 사각지대에 속한다”며 “노동존중 이념이 구현된 대책 마련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토론회의 취지를 밝혔다.

◇고강도 노동을 강제하는 저임금의 굴레=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택배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최저임금 6,470원과 비슷한 6,505원이다. 이날 토론회에선 저임금의 원인으로 배송·집하한 물량의 개수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단순 성과 급여제’와 낮은 배송 수수료 등이 지적됐다. 윤영삼 교수(부경대 경제학부)는 “성과 급여제는 노동한 만큼 임금이 늘어나는 것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제도”라며 오로지 실적에 따라서만 보상이 결정되는 제도가 비인간적 노동량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가 너무 낮게 책정돼 있는 것도 문제다. 택배 노동자들은 고정급을 받지 않기 때문에 배송 수수료가 이들의 수입을 결정한다. 하지만 2017년 기준 택배 하나의 평균단가는 2,248원인 반면 배송 수수료는 7~800원에 불과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심동진 사무국장은 “낮은 수수료 체계 아래에선 더 많은 배달량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며 “택배 수수료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휴식마저 빼앗긴 근무 환경=택배가 나쁜 일자리로 평가받는 것은 낮은 임금 때문만은 아니다. 이날 토론회에선 쉴 틈 없는 장시간 노동 실태 또한 지적됐다. 택배 노동자들의 주 업무는 물류 배송이지만 그 전에 6~7시간에 걸친 분류 작업을 무보수로 진행해야 한다. 긴 시간 분류 노동을 하다 보면 배송 업무를 위한 시간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화물연대본부 박성기 택배지부장은 “택배 노동자들의 일상은 아침 6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되는 무임금 분류 작업으로 시작된다”며 “쉬는 시간도 따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의 양해를 구해 화장실 다녀오는 것이 전부”라고 작업장의 열악한 노동 실태를 전했다. 이에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분류 작업은 택배업체 본사가 별도로 고용한 노동자들이 해야 한다”며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 작업을 담당할 경우 별도의 적정 보수가 책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이 사각지대를 만들었나=현행법상 택배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닌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택배 시장엔 근무 시간이나 휴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 대부분의 택배 노동자들은 택배업체 본사가 아닌 대리점과 간접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실질적 단체교섭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택배업체 본사는 택배 노동자의 임금이나 복지 등에 관여하며 직접 고용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면서도 고용에 대한 사회적 부담은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권두섭 변호사는 “직계약, 직고용 형태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나 현재 간접계약 관계에서도 이행 가능한 택배 회사와의 단체교섭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를 마치며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택배 노동자 문제 해결이 특수고용과 간접고용 문제 해결의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택배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택배 노동자들의 당위적 권리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같이 했다.

사진: 황보진경 기자 hbjk0305@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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