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묵 작가를 만나다

한 분야에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선호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깊이가 얕아도 백과사전처럼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주목받고 있다.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의 저자 임명묵 작가(아시아언어문명학부·13)는 중국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사람은 아니지만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소속으로 동양의 다양한 국가에 관심을 가진 학부생이다. 우연히 갔다 온 중국여행으로 중국에 관심이 생겨 관련 도서를 찾기 시작한 그는 시진핑의 중국을 논하는 책을 발간했다. 이에 『대학신문』은 그를 만나 비전문가 임명묵이 말하는 중국 이야기를 들어봤다.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매력

임명묵 작가가 글을 쓰게 된 계기는 SNS였다. 임 작가는 “스터디에서 썼던 서평을 SNS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어느 파워블로거가 이를 공유해줘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인터넷 신문 사이트 「슬로우뉴스」와 「서울신문」의 ‘2030 세대’라는 기고란에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는 등 온라인으로 활발한 작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내 글이 그저 정보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소통의 매개로 이어진 것은 온라인으로 글을 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명묵 작가가 자신의 글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주제는 중국이다. 임 작가의 다양한 관심사와 중국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동양사였다. 임 작가는 “동양은 고대부터 이어져 오는 문명 위에 중세에 형성된 독자적 세계관이 쌓여 각국이 저마다의 매력을 갖고 있다”며 “이런 문명이 서양의 근대 문명과 충돌할 때 나타난 갈등이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임명묵 작가는 동양사에 대한 글 중에도 가장 애착이 가는 글이 ‘시진핑의 중국’과 ‘중국과 오래된 미래’ 시리즈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엔 세계화에 관심이 생겨 산업의 세계적 아웃소싱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세계적 가치 사슬의 중심에 중국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축의 시대* 때부터 사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어져 흥미로운 독자적 세계관이 형성된 국가”라며 중국 연구에 매력을 느낀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에 대한 호기심은 중국 근현대사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고 이는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 집필의 기반이 됐다.

코끼리 앞 장님이 코끼리 책을 쓰기까지

짧은 여행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와서 중국의 발전상과 한계를 공부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옆 나라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는 거대한 변화에 너무 무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을 알고자 할수록 ‘거대한 코끼리를 앞에 둔 장님’이 된 기분이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그것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코끼리였다.

-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 서문 중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액의 27.1%, 수입액의 19.6%를 차지할 만큼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국가지만 중국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임 작가가 중국여행을 다녀와서 짚은 점은 현재 중국의 변화였다. 그는 “사람들이 시진핑에 대해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만큼의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임 작가는 덩샤오핑 집권기부터 현재 시진핑 집권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의 대표 주제를 ‘시진핑의 부상(浮上)’으로 정했을 만큼 시진핑이 변화시킨 중국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시진핑이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폐지하려는 행보를 보이며 권력을 집중시키려는 것을 단순히 권력에 대한 야망으로 생각하기보단 이런 결정이 어떻게 가능했는가를 생각해봤다”고 설명했다.

시진핑이 권력욕과 사명감, 신념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의 권력에 제약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시진핑의 권력은 공산당에서 나온다. 따라서 그의 권력은 힘을 집중할 필요성을 느낀 공산당 지도부의 위기의식이 빚어낸, 파벌 간 합의의 결과물인 것이다. 만약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 즉 당의 절대적 통제력을 회복하고 이를 활용해 중국의 전면적 재구조화를 추진하겠다는 목표가 당내 합의에 부합한다면, 그의 권력에는 제약이 없어 보일 수는 있다.

- 「시진핑의 중국: 4. 시진핑은 어떻게 황제가 되었나」 중

개혁개방을 주도한 덩샤오핑은 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다음 이를 확산해야 한다는 선부론(先富論)을 주창하며 중국 경제를 크게 성장시켰다. 그러나 이로 인해 나타난 빈부격차, 부정부패, 환경오염 등 자본주의적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시진핑에게 주어졌다고 임 작가는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새로운 문제를 놓고 세 가지 선택지를 고민했다”며 “덩샤오핑의 개방 수준을 유지할 것인지, 시장체제를 더 받아들일 것인지, 다시 예전의 폐쇄적 국가로 돌아가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두고 공산당 내부에서 갈등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시진핑은 결국 경제적으론 개방적 행보를 이어가면서 정치적으론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권력의 중앙집권화를 하는 절충적 선택을 하게 됐다. 임 작가는 국영기업 중심의 중국 경제에서의 변화를 20세기 중반 일본의 민간기업 규율정책 등 폭넓은 세계사적 맥락과 비교해보면서 중국의 변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었음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단편적 사실을 다방면으로 분석해나가면서 ‘코끼리 앞의 장님’이 코끼리에 대한 책까지 쓰게 됐다”고 말했다.


하나로써 모든 것을 꿰뚫었을 뿐

임명묵 작가에게 중국 비전문가가 중국에 관한 책을 쓰게 된 비결을 묻자 그는 “비록 중국 근현대사를 깊게 연구하진 않았지만, 호기심이 많아 중국사, 중국경제, 지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조금씩 공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접싯물처럼 얕아도 호수처럼 넓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며 “관련 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시키는 작업은 흥미로울 뿐 아니라 꽤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스페인 사회학자 마뉴엘 카스텔의 『정보시대』 3부작에서 이런 ‘연결’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책에서 ‘정보시대의 주거’ ‘정보시대의 기업’ ‘정보시대의 교통’ 등 흩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주제들이 모두 연결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시대』의 도입부에서 하나의 이치로 모든 것을 꿰뚫는다는 공자의 ‘일이관지(一以貫之)’적 태도를 강조한다”고 하면서 끝으로 “내가 추구하는 가치도 하나의 키워드로 세상의 다양한 주제를 복합적으로 바라보는 일이관지적 태도”라 말했다.

그의 글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그가 중국사 비전문가라 다양한 영역을 혼합하려 시도했다는 점에 있다. 그는 중국 경제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일본의 경제사를 참고했고 공산당의 집권체제를 이해하기 위해 소련의 집권체제를 공부했는데, 이렇게 현실을 넓게 보려는 그의 습관에서 임명묵만의 분석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하나의 시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여러 학문을 연결하여 시대를 해석하려는 그의 다음 글을 기대해본다.

*축의 시대: 세계의 문화와 사상이 일제히 등장한 시기

사진: 유수진 기자 berry832@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