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만
(전기·정보공학부·18)

투고하기 전 여럿 훌륭한 선배들에게 글을 보여주고 반응을 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계속 마음에 걸린다.

그 분은 나에게 글을 위해서 동성애라는 소재를 ‘소비’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물론 그 분은 아주 정중하게 그러한 의견을 물었을 뿐, 그와 별개로 글은 재밌게 읽었다고 말했다. 나는 한번도 그와 관련된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아서 처음엔 조금 충격받기도 했다.

내가 살인자에 대한 소설을 쓰기 위해서 살인자일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해서 동성애가 등장하는 소설을 못 쓰는 건 아니다. 처음엔 그런 저항심리가 머리를 가득 뒤덮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나는 올해 가을에 봉사를 가서 정말로 만난 호동이라는 개의 텅 비고 고요한 눈에서 튀어나오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절망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것을 동성애라는 소재에 덧씌웠다. 이것이 불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한다. 다른 이의 불행에 대해 다루는 것은 몹시 신중해야 하는 일이다. 시대가 시대인데, 당연히 동성애자라고 이 글에서처럼 끔찍한 경험을 하지는 않는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모든 이에게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