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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난(住居難)에 죽어난: 대학생 주거빈곤의 현주소

기사승인 2018.05.20  07: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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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취업 준비생, 그리고 사회초년생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청년 세대는 열악한 고용 여건과 주택 가격 및 월세 부담으로 인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취업난과 더불어 소득에 비해 턱없이 높은 집값이 청년 세대를 새로운 주거 빈곤층으로 전락시키고 만 것이다. 집이 아닌 짐을 이고 살아가는 이들의 차가운 현실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있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며, 특히 고정 소득이 없는 대다수의 대학생에겐 더욱 혹독한 현실이다. 이에 『대학신문』은 대학생들의 주거 실태를 중심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대한민국 청년 주거빈곤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들을 위한 주거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봤다.

도시 밑이 어둡다? 빛나는 도시, 어두운 대학생들

통계청의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청년가구 중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의 비율은 11.3%이며, 특히 서울은 그 비율이 17.6%에 이른다. 최저주거기준엔 포함되지 않지만 열악한 주거환경에 노출돼 있는 청년 주거빈곤가구*의 비율 역시 전국 17.6%, 서울은 29.6%에 달해 청년가구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주거빈곤율이 해마다 감소하는 가운데 청년 세대의 주거빈곤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사실은 이들을 위한 맞춤형 주거복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이들 청년가구 중 특히 대학생은 고정소득이 없고 상대적으로 학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주거비 부담이 더욱 크다. 오동훈 교수(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는 “청년층의 RIR* 수치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1인가구의 RIR 수치는 30%를 웃도는 등 굉장히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오동훈 교수는 “공공영역에서 이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학생을 위한 정부 정책은 실효성이 높지 않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가 주택시장이 월세임대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비좁고 열악한 원룸의 가격이 강남의 고가 오피스텔 가격을 웃도는 가격역전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마땅히 갈 곳 없는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임대 보증금과 월세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학업에 힘을 쏟아야 할 시간에 한두 평 남짓한 방 한 칸을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 주거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코티에이블’ 안혜린 대표는 “대학생 주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며 대학가 인근의 열악한 주거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서울대가 위치한 관악구는 서울시 최대의 1인 가구 밀집 지역이자 42.7%에 달하는 가장 높은 최저주거기준 미달 청년 가구 비율을 보이는 지역이다.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청년 10명 중 4명이 열악한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이다. 중앙대·숭실대·총신대 등이 위치한 동작구, 고려대 등이 위치한 성북구가 그 뒤를 잇는다. 다수 대학이 번화한 도시에 위치해 학생들은 도심을 쉽게 떠나지 못한 채 불편함과 싸우며 살아간다. 가장 화려한 도시에 살면서도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대학생들. 이들을 위해 대학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기숙사 문 열기, 하늘의 별 따기?

대학 기숙사는 장거리 통학생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안정적인 주거 공간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에서 지원하는 시설이다. 그러나 ‘대학설립 운영규정’에 따르면 대학 기숙사는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교육기본시설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설치하는 지원시설로 분류되며, 이에 따라 수용 규모나 비용에 대한 규정 역시 대학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따라서 대학마다 기숙사 수용률이 천차만별이며, 2017년 현재 전국 4년제 일반대학의 평균 수용률은 21.0%, 수도권 지역의 수용률은 16.1%에 그친다. 심지어 수도권 70여 개 대학 중에서 기숙사 수용률이 10% 미만인 곳도 14곳에 달한다. 이처럼 수용 인원이 적다보니 기숙사에 입주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로, 기숙사 입주 자격을 지역에 따라 제한하는 경우도 많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박재성 씨(수리과학부·15)는 “통학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입주가능 지역이 아니어서 기숙사 입주 신청을 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실질적인 교통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지역만을 기준으로 입주 자격을 제한하는 건 불합리한 것 같다”며 기숙사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요구에 일부 대학들은 기숙사 확충에 나섰지만 번번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대학 기숙사는 도시계획시설로 분류되는데, 이를 세우기 위해선 시의원과 공무원,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고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심의가 온전히 지방자치단체의 소관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할 경우 통과되기 어렵다. 대학가 인근의 임대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대학 기숙사가 확충되면 대학가 인근 자취방의 수요가 줄어 원룸 임대료가 낮아질 것을 우려해 강하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려대는 기숙사 수용률이 10.3%에 불과해 학생들의 불만이 높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근 개운산 부지에 1,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기숙사 신축을 발표했지만 근린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과 인근 임대업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4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김태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첫 단계는 기숙사 신축”이라며 “기숙사에 많은 학생이 거주할 수 있게 되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다”면서 기숙사가 지역과 학교, 학생이 상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역시 기숙사 수용률이 12.5%에 불과함에도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기숙사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근 주민들이 ‘한양대 기숙사 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려 적극적으로 기숙사 신축을 저지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기초자치단체가 지역 임대업자의 입김에 밀려 기숙사 관련 정책 추진에 소극적인 것이 대학생 주거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청년주거의 안정화를 위한 협동조합 ‘민달팽이유니온’의 조현준 사무처장은 “기숙사 신축 승인 권한을 가진 기초자치단체가 학생들보단 지역 임대업자들을 우선시하는 것이 문제”라며 “대학이 기숙사를 학생들의 안정적 학업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심의 과정에서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기숙사를 확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각자의 목소리가 난무하는 이익의 각축장에서 지역주민과 학생이 손을 맞잡고 상생의 길을 도모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대학은 학생들의 주거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기숙사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성수 교수(건국대 부동산학과) 역시 “정부와 대학이 적극적으로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고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대학 기숙사 건축과 동시에 주변 환경을 개선해 지역 주민들의 재산 가치를 최대한 보전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숙사 확충을 둘러싼 갈등이 개인 혹은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문제인 만큼 다양한 입장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는 돈은 많은데, 오는 방은?

기숙사에 입주하지 못한 학생들은 인근 대학가에 짐을 풀 수밖에 없다. 이들은 한두 평 남짓한 좁고 열악한 방에 걸맞지 않는 높은 보증금과 임대료에도 별다른 수 없이 살아가며, 때론 임대업자의 횡포에 그대로 노출되기도 한다. 서울시의 ‘2017 주택임대차 월세계약 조사’에 따르면 동작구, 마포구, 용산구와 관악구 등 대학가가 주로 위치한 지역의 청년층 월세액은 3.3㎡ 당 1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강남 오피스텔의 평균 월세와 맞먹는 수준이다. 조현준 사무처장은 “90년대 후반 이후 1인 가구가 급격하게 증가한 반면 관련 주택 정책이 부재했다”며 “대학가 인근을 비롯한 전반적인 원룸 수요에 비해 1인 가구에 적합한 주택 공급이 부족해 이같은 가격 역전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보니 대학생들의 지출 중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높을 수밖에 없고, 이는 대학생들의 생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오동훈 교수는 “대학생은 안정적인 소득 확보가 어려운데 반해 주거비 부담은 높아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20대 대학생을 대상으로 금융 및 소득 실태를 조사한 결과 용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대학생의 월 평균 수입은 약 50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가 인근의 평균 월세를 제하고 나면 한달을 버티기엔 한참 부족한 금액이다. 실제로 대학 인근에선 높은 임대료로 인해 주거 부담과 학업 부담을 동시에 떠안고 사는 이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림동은 서울시에서 임대료가 비교적 낮은 지역에 속하지만, 이마저도 고정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에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신림동 녹두거리에 거주하는 최지원 씨(심리학과·17)는 “과외로 버는 생활비의 절반 이상을 월세가 차지한다”며 “일반적인 대학생의 소득수준에 비해 보증금과 월세가 너무 높아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고성수 교수는 “최근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높아짐과 동시에 주택가격 안정화 정책이 진행되면서 임대시장의 공급이 축소됐다”며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공급이 줄어들어 전반적인 임대시장의 임대료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임대주택의 가격이 전체적으로 높아지면서 대학가 인근의 임대주택의 가격 역시 오름세를 보이게 됐고, 이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대학생들이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과도하게 높은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생들은 낙후된 시설로 인한 피해나 집주인과의 갈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학가 인근의 주택가엔 언뜻 보아도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방들이 빽빽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최지원 씨는 “마치 닭을 사육하는 닭장과 같다”며 대학가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꼬집었다. 이어 그는 “층간 소음에 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집주인은 구조적인 문제라며 방관하고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계약으로 인한 집주인과의 갈등 역시 주요한 문제다. 이 모 씨(경희대 한의학과·15)는 “재계약 기간이 지나고 나서 집주인이 갑작스럽게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했다”며 “분명 이는 계약위반 행위지만 보증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집을 비워야 한다고 해 별다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가 인근인 탓에 수요가 풍부하다 보니 임대업자들의 횡포가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한 술 밥에 그들은 여전히 배고프다

현재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주거난은 이후의 생애주기와도 연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오동훈 교수는 “주거문제는 전 생애에 걸쳐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초년기의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후의 삶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며 “정부 차원에서 대학생에서 시작해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에 이르는 청년 세대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부는 생애단계와 소득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주거지원을 주요 골자로 하는 ‘2018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학생은 ‘행복주택’과 ‘LH 대학생전세임대주택’ 등의 공공임대주택 혹은 ‘행복기숙사’ 등의 공공기숙사를 제공 받거나, ‘청년 우대 청약’ 등의 금융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조현준 사무처장은 “청년이 주거 복지의 주요한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면서도 “대상 주택이 필요한 가구에 적절히 공급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들 정책은 시행 과정에서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행복주택은 만 20세에서 39세 사이의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에게 공급되는 주택으로, 시세의 70% 이내의 낮은 가격으로 공급된다. 그러나 아직 공급량이 부족해 지난 세입자 신청에서 평균 8.9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는 등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동훈 교수는 “아직은 공급 물량이 전체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이전까진 4인 가구가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주택 공급이 증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현준 사무처장 역시 “정책 대상자로서의 대학생은 여전히 수혜비중이 턱없이 낮다”며 “공공 영역에서 공급 물량을 크게 확대하기엔 재원의 한계가 있는 만큼 공공임대주택의 확충과 동시에 저가 민간 임대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H 대학생전세임대주택은 선정된 입주 대상자가 입주를 원하는 주택을 선정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고 입주 대상자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재임대하는 방식의 임대주택이다. 임대주택이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전세액의 일정 부분도 지원해주기 때문에 청년의 주거비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조현준 사무처장은 “학생이 직접 조건에 해당하는 집을 구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전세 물량 자체가 많지 않아 집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세 대출의 대상 매물 조건이 까다롭고, 조건에 해당하는 매물을 찾는 전 과정을 온전히 학생 스스로 진행해야 하다 보니 적합한 방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후의 계약 절차 역시 복잡하고 까다로워 상당수의 중개인들과 임대업자들이 전세대출을 꺼리기도 한다. 조현준 사무처장은 “재임대 과정에서 일정액을 지원해주는 점을 악용해 일부 임대업자들이 전세임대주택의 전세금을 높여 주변의 전세 시세가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공기숙사 역시 대학 내 기숙사와 마찬가지로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정체되는 경우가 많으며, 경제적인 지원책 역시 아직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은 풍부한 금융혜택을 가지고 있지만 가입 대상이 제한적이어서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학생 및 청년이 많지 않다. 이와 같은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청년 주거지원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선 각 지역 사정에 맞게 주거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는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을 통해 낡은 비주거시설을 리모델링해 대학생에게 제공하고, SH공사와 협력해 대학생, 젊은 직장인 등에게 시중 가격의 60~80%에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4월 영등포구청역 인근에 서울시 임대주택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청년 주거지원제도 역시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오동훈 교수는 “저가 임대주택이 들어오면 임대료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임대업을 하지 않는 인근 아파트 차원에서 반대를 하는 건 지나친 님비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이 일종의 혐오 시설로 여겨지고, 여전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년이 많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청년층 주거지원제도는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뗐다고 할 수 있다. 고성수 교수는 “정부와 기초자치단체의 주요 정책인 임대주택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걸 감안할 때 청년의 주거 문제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쥐구멍에도 볕이 들도록

그렇다면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을 위한 주거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주거 절벽의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이들의 고충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청년 주거 복지를 위해 힘쓰고 있다. 이를 참고해 앞서 다뤄진 다양한 한계를 보완한다면 주거난 해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프랑스는 지역 간 상호 연결돼 있는 학생복지처를 통해 학생 개개인에 적합한 주거 복지를 지원한다. 오동훈 교수는 “우리나라는 프랑스와 일본 등에 비해 지방자치단체에 할당되는 재원의 비율이 낮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정책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협력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을 확보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각 지역에 맞는 주거복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현준 사무처장 역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더 나아가 지방자치단체 간 전달체계가 확실하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은 그 과정에서 정부의 다양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동훈 교수는 “미국의 경우 작은 규모의 방을 최초로 구입하는 대학생 및 사회초년생에게 세액 공제 등의 다양한 혜택을 준다”며 “이런 방식을 통해 소득 중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주면 소비가 증가하고, 소비가 증가하면 생산이 증가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의 기초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다양한 주체가 공급하는 사회주택 역시 주거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주택은 LH가 다가구 및 다세대주택을 매입한 후 운영기관에 임대하고, 한 집에서 여러 명이 방을 공유하는 형태로 운영기관이 청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식의 주택이다. 오동훈 교수는 “미국의 경우 대학 주변의 다가구 주택을 활용하는 사회주택이 활성화 돼있다”며 “공공임대주택이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갈등을 빚는만큼 이 같은 사회주택이 청년 주거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조현준 사무처장은 공공임대주택이 가지는 공급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사회주택의 의의에 대해 설명하면서 “획일화된 주택이 아닌 다양한 구조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주거 문제 전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며 “사회주택의 주체인 지방자치단체나 비영리단체의 재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사회주택의 규모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의 각 주체가 합의를 통해 사회주택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혜린 대표는 “실제로 지난 몇 년 간 간담회와 세미나를 통해 각 주체들이 서로의 운영방식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이를 통해 정책을 발전시켜 왔다”며 사회주택이 청년의 주거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긍정적 대안으로 자리매김 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 보장되지 않는 한 대학생, 그리고 청년들의 불안한 이중고는 반복된다. 그간 대학생의 주거 문제는 대학이나 부모의 도움만으로 해결되는 것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대학생의 주거난은 젊은 세대의 미래를 억누르는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이젠 그들의 주거 문제를 그들 스스로 해결하도록 방치할 것이 아니라 대학과 학생, 대학과 지역 주민의 공존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야 하고 이들과 협력해 청년주거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혜린 대표는 청년들에게도 “스스로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주체들의 각종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했다. 이를 통해 더 이상 주거 부담에 억눌려 아파하는 대학생이 없기를, 마음껏 꿈꿀 수 있는 청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최저주거기준: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기준으로 최소주거면적, 필수설비, 구조·성능 및 환경으로 구성돼 있다.

*주거빈곤가구: 최저주거기준엔 포함되지 않지만 주거 환경이 열악한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오피스텔 제외)’ 거주 가구와 지하 및 옥상 거주 가구를 포함하는 가구

*RIR(Rent Income Ratio): 임차가구의 월 소득에서 차지하는 월 임대료 비율

삽화: 권민주 기자 kmj4742@snu.kr

레이아웃: 이문영 기자 dkxmans@snu.kr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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