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베테랑
이번 연재는 10년 이상 우리 학교 구석구석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베테랑’ 직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기획됐다. 『대학신문』에선 격주로 총 여섯 명의 베테랑을 만나볼 예정이다.
익숙한 집으로부터 멀리 떠나온 수많은 서울대생들에게 관악사는 제2의 집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관악사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며 동료 입주자들과 함께 새로운 삶의 터전을 꾸려나간다. 하지만 이는 학생들만의 힘으로 가능한 건 아니다. 오늘도 수많은 관악사 직원들이 학생들이 편히 생활할 수 있도록 남몰래 힘을 쓰고 있다. 관악사 내 거치지 않은 공간이 없다는 이순덕 씨도 그 중 하나다. 관악사의 최고참 청소노동자 이순덕 씨는 현재 25년 째 관악사를 지키고 있다.
◇어떻게 서울대에서 일하게 됐는가?=식구가 많다보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지인의 소개로 관악사에 이력서를 내고 일을 시작한 게 1994년 10월이다. 처음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 힘들었고, 그만둬야 하나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참고 견디다 보니 일도 적응됐고, 무엇보다 학생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 지금까지 버텨왔다.
◇일과를 소개해 달라=원래 출근 시간은 오전 8시인데, 주로 한 시간 일찍 출근하곤 한다. 전날 새벽까지 식당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아침 배식시간인 7시 반 전에 기숙사 식당 청소를 해놓는다. 동료들과 함께 식당을 청소하고 난 다음엔 각자의 담당 구역에서 청소를 시작한다. 나는 919-B동 여학생 기숙사를 맡고 있다. 쓰레기를 치우고, 현관과 엘리베이터를 닦고, 화장지를 새로 끼는 등 일을 마치고 나면 이르면 오전 10시 반, 늦게는 오후 12시가 된다. 이후 동료들과 다 함께 모여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925동에 가서 조금 쉰다. 이후에 쓰레기도 다시 치우고, 11~12개의 층을 다니며 복도와 화장실 청소를 한다. 주로 오후 5시쯤이면 일이 끝나 퇴근한다.
◇기숙사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관계는 어떠한가?=동료들과는 서로 오래 함께 지내 화목하다. 아무래도 집에 있는 시간보다 관악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더 길어서 그런 것 같다. 각 동마다 직원이 따로 있고, 내가 일하는 919-B동엔 직원이 4명이다. 점심 먹을 땐 구역에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먹는 등 다 함께 친하게 지낸다. 특히 관악사 직원들은 식당이나 매점 등 여러 구역을 번갈아가며 일하는 직원들과 다르게 관악사 안에서만 담당 구역을 바꾼다. 관악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 한 명은 나와 이미 17년을 함께 지냈다.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다.
◇기숙사 특성상 학생과 마주치는 일이 많을 것 같다. 혹시 기억나는 학생이 있다면?=10년쯤 전에 일본에서 온 학부생이 있었다. 회사를 다니다 와서 그런지 나이가 30대인 학생이었는데, 나를 항상 ‘언니’라고 불렀다. 그 학생에게 아줌마라고 불러 달라, 그게 싫으면 이모라고 불러 달라고도 했지만, 자기는 언니가 편하다면서 나를 그렇게 부르곤 했다. 그 학생은 공부하다가도 자주 내 방으로 내려와 함께 커피를 마셨다. 또 일본에 다녀오면서 맛있는 커피를 사 오기도 했다. 이젠 사실 이름도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일하며 만난 학생들과의 추억은 계속 남는다. 학생들이 좋아 여태까지 버텨낸 것 같다.
사진: 황보진경 기자 hbjk0305@snu.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