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과, “교수 지각 관련 학사규정은 없어”

강의 시작 시간이 지난 지 벌써 30분 째, 아직도 교수는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 번에는 조교가 미리 공지라도 했었지만 오늘은 그럴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자 몇몇 학생들이 “원래 수업시간에 아무 공지 없이 15분 이상 늦으면 그날은 출석체크를 할 수 없다”고 말을 꺼내지만 정작 자리를 뜨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지난 학기 윤지경씨(가명·수의예과·06)가 농생대 전공수업시간에 실제로 겪었던 일이다. 일반적으로 수업시간에 교수가 늦을 때에는 조교를 통해 수강생들에게 알리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이럴 때 많은 학생들이 이른바 ‘15분 룰’을 떠올린다. 수업시간에 교수가 사전 공지 없이 15분 이상 늦으면 그날 수업은 자동으로 휴강이 돼 출석체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효준씨(법학부·07)는 “선배들로부터 많이 들어본 이야기이고 있을 법한 내용이어서 실제 있는 규정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송양환씨(정치학과·01)도 “90년대 학번 선배들 사이에서도 퍼져 있던 이야기”라며 “물론 교수가 늦는다고 해서 15분만 기다린 후 가버리는 학생들은 거의 없지만 오랫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전해오던 말이라 관습법처럼 믿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사과는 ‘15분 룰’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으로 그러한 규정은 없다”고 답했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많은 학생들도 ‘15분 룰’과 비슷한 ‘20분 룰’을 믿고 있었지만 두 학교 본부는 모두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15분 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재영 교수(영어영문학과)는 “그런 규정이 있다고 믿는 학생들이 많다니 놀랍다”며 “교수와 학생이 대화로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 이러한 규정이 존재한다면 삭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사과는 “별도의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교수가 수업시간에 계속해서 늦으면 강의평가에 반영한다든지 학사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상 학생들이 이런 이유로 학사민원을 제기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장형식씨(소비자아동학부·03)는 “급한 일이 생기더라도 조교를 통해 학생들에게 알릴 수 있을 텐데 아무 통보 없이 지각한 후 출석체크까지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적어도 교수가 일정 시간 이상 늦었을 때는 자리를 떠난 학생도 출석으로 인정하는 등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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